2007년~현재/일 상2010. 6. 18. 20:49

가끔 한번씩은 정보 제공 차원에서 글을 써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오래 쉬고 있는 것 같아서 일본유학에 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과 일본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볼까 합니다.

요즘 들어 특히 사교육 시장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비판적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한다, 특목고를 늘린다 해서 사교육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놓아 사교육비의 지출은 증가하는데 반해 전체적인 경기 침체 현상의 심화로 소득의 불균형이 가계를 압박하여 씀씀이의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지나친 학벌 사회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구요.

그런데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문제는 사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에 더 크게 기인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데요. 모두가 대학을 가려고 기를 쓰는 사회, 명문대학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사회, 그것도 특정학문을 전공한 소수의 사람들이 '사'자 직업군을 형성하며 부와 명예를 독식하는 사회, 이와 같은 학벌사회가 낳은 폐단이 사교육 열풍의 주범일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사교육의 병폐를 해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 하려면 무엇보다도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학벌이라는 카르텔을 깨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학벌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이 우선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가 현실화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사교육은 정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적인 것이며 학벌보다는 개인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고, 대학은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그러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라는 의문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게 할 수만은 없다는 게 학생들의 고민이고 부모님들의 두통거리 입니다. 왜 그런가요? 그렇게 했다가는 경쟁사회에서 딱 낙오되기 십상이기 때문일 겁니다. 누군들 내가, 또는 내 자식이 사회의 낙오자이기를 바라겠습니까?

저와 상담을 했던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생각 한 토막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지 못해서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은 대학을 갈 실력이 되기도 힘들다. 하지만 내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서 저 만치 앞서가 있는 친구들과 같은 라인에 설 수 있는 방법이 뭐 없겠는가?"

정말 가슴 절절한 얘기 아닙니까? 한없이 어려보이기만 했던 그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앞으로 어떤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그 비정한 현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찾을 수만 있다면 제대로 된 인생 길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을 제게 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학생들에게 공자님 말씀과 같은 폼 나는 언어로 "인생에 있어 학벌이나 대학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며, 돈과 명예를 쫓는 속물이 되기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면의 깊이를 넓히는 인간이 되라"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만약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지요. 아마, 저 역시도 다시 태어난다 해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높은 연봉을 위해 힘겨운 하루 하루를 살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학생들에게는 그리 살아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저는 '새 출발로써의 유학'을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유학이라고 하는 것이 일부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더 좋은 대학 가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좋은 대학 진학이 이미 늦어버린, 그러니까 상위 30%에서 배제되어 있는 중·하위 그룹 학생들을 위한 새 출발의 기회 만들기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제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유학을 간다고 제대로 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 보려는 학생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높은 벽을 넘지 못해 자포자기 하게 된다면 이 또한 불행한 일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런 학생들에게 벽 너머의 세계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일 역시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런지요? 한 번 선택되어진 길이 평생의 희로애락을 좌우하는 만고불변의 길이 아니라 적어도 몇 번인가 재 출발의 기회가 있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요?

그래서 저는 유학을 제2의 출발선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고등학교 1·2학년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뒤늦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각을 하고 열심히 해보려 한들 이미 공고하게 짜여져 있는 주류 학생들의 그룹 속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임을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학생들에게 유학은 출발선을 재 설정해 주는 새 출발의 기회가 된다는 겁니다.

학부모님이나 학생들과의 유학상담에서도 자주 말씀 드리는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유학을 갈 경우 대학 선택을 너무 안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애가, 또는 자신이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하향 지원하려는 생각들을 많이들 갖고 계십니다.


그래서 일부 원서만 내도 들어갈 수 있는 대학들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일부 유학 알선 어학원에서 실적 때문에 그런 학교를 추천하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는 유학의 의미가 없지않겠습니까? 그 심정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닌데요. 그래도 이왕이면 내 실력으로 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대학을 지망해야지요. 그 정도의 실력이 안 된다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구요.


좀 더 범위를 좁혀서 말씀 드리면, 일본유학의 경우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토우후쿠대학, 오사카대학, 큐슈대학, 홋카이도대학, 나고야대학, 치바대학)과 도쿄에 있는 사립대학(와세다대학, 게이오대학, 메이지대학, 릿쿄대학, 호세대학, 츄오대학), 그리고 오사카쪽에 있는 사립대학(리츠메이칸대학, 도시샤대학) 정도는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나요? 꾸준히 노력해야지요. 특히, 영어(토플)와 일본어는 쉼 없이 해야 합니다. 이 두 과목은 지원한 해당 대학에서 보는 시험에서도 중요도가 높지만 일본유학시험(EJU)에서도 일본어 점수를 높게 받으면 전체적인 평균점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과목이 학교와 합격을 결정짓는 주요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 입학을 할 것인가 인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시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그 해 4월(일본은 4월, 10월 학기)에 대학에 입학을 하는 것입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3학년 하반기에 희망하는 일본 대학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본에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으면 모를까 원서 내고, 시험보고, 면접보고 그렇게 일본을 왔다 갔다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건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겠지요.


그래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1년 정도 랭귀지 스쿨에서 일본어 연수를 하면서 시험 준비도 함께 하는 방법입니다. 재수라고 보면 비슷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유학 결정을 늦게 내려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은 학생이라면 이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랭귀지 스쿨에 들어가서는 영어, 일본어와 더불어 EJU 관련 공부도 병행하면 되기 때문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 두 개의 방법 중 어느쪽을 선택할지는 개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공부는 절대 다르지 않습니다. 영어와 일본어. 이 두 과목만 한 2년 정도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면 제가 위에 열거했던 13~14개 정도 대학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에서 한 2년 가까이 열심히 한다고 저 정도 레벨의 국내대학에 진학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는 시험 보는 방식, 공부하는 방법, 학교가 원하는 학생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목표를 세워서, 멋지게 새 출발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쓰다 보니 별 내용도 없는 글이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