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0. 6. 19. 01:12

올림픽 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 합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기뻐서 울고, 아쉽게도 패한 선수들은 안타까움에 울고, 보는 우리 역시 감동에 눈물 짓고, 그렇게 올림픽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 2008년 여름입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새벽에 잠깐 나가서 공을 차고 와서는 하루 종일을 편하게 누워 텔레비전 리모콘과 놀았습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맛보는 여유로움이었는데요. 이리 저리 채널을 돌려가며 올림픽 중계를 보기 위해서 였지요.^^ 그러다가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를 보면서 문뜩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99년 4월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으니까요. 일본에서 두 번의 올림픽과 두 번의 월드컵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제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비애가 무엇인줄 아십니까? 바로 우리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요즘이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방법들도 많이 있습니다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조차도 여의치가 않았거든요.

대체로 우리나라 방송들이 주로 우리가 잘하는 종목 위주로 중계 방송을 해 주듯이 다른 나라 역시 같다고 봐야지요. 일본의 경우는 유도와 수영, 축구, 야구 등을 자국 경기 위주로 보여줍니다. 영국에서 공부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영국은 주로 승마나 조정 등 자국에서 인기가 많은, 하지만 우리에게는 비인기 종목인 그런 경기를 많이 보여준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그런 나라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획득하는 순간 보기가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봐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어떻게 힘들게 인터넷 중계하는 곳 찾아서 좀 보려고 하면 버퍼링이 장난 아니게 심해서 도저히 볼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 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면 안되나? 옆에 텔레비전 두고 뭣 때문에 컴퓨터로 보는지 참 원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글쎄요. 제가 편하게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중계를 보고 있는 지금 외국 어딘가에서는 7~8년 전의 저처럼 힘들게 인터넷으로 우리 선수들 경기를 보고 있는 우국충정의 한국인들이 있을 겁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쓸데없이 연결 시켜 놓은 인터넷 중계는 꺼 주시는 쎈스,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당시 제가 한국에 계시는 분들께 하고 싶었던 부탁이었습니다.^^

, 그리고 앞서도 잠깐 말씀 드렸다 시피 요즘 올림픽 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방송사들의 아나운서와 해설자들 목소리 경쟁도 장난 아닌 것 같습니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맞지요?

흉 보자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본은 그런 점에서는 좀 심합니다. 오죽 했으면 제가 올림픽 경기 등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가장 많이 한 이야기가 일본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너무 흥분해서 보기가 좀 그렇다는 이야기 였겠습니까? 거의 울부짖음에 가깝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겁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말이지요.

아마도 일본 방송들은 공영방송인 NHK를 제외하고는 모든 방송사들이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나운서들의 탤런트化가 아주 단적인 예가 되겠지요.

그런데 이제 우리 방송들도 일본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특히 스포츠 중계에서의 그런 모습들이 옳다 또는 그르다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역할은 시청자·청취자의 이해를 돕고, 경기 및 선수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분들의 지나친 흥분은 금물아닌가 싶습니다.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전달하는 것이 아나운서나 해설자 본연의 임무 아닐까라는 말씀이지요.

흥분은 시청자들의 몫입니다. 방송은 시청자들의 흥분할 권리를 넘 보지 마세요.^^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