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0. 6. 18. 20:40

와세다어학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학원을 시작한지 5개월 남짓한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원사업도 비즈니스라는 기본 속성상 돈만 잘 벌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 그래도 교육사업에 종사한다는 나름의 자부심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일 속에서 보람을 맛보는 기쁨 또한 누립니다.


우선
, 요즘 청소년들 참 솔직하고 당차구나라는 느낌이 하나 있구요. 또 하나는 그러한 그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사회가 좀 더 포용적이고, 열린 사회가 되어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게 앞서 말씀 드린 의미와 보람의 핵심 내용이 되겠습니다.


자신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며 저희 와세다어학원을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 전체적으로 볼 때,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많은데요. 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은 주로 이런 겁니다.


"
지금까지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잘못으로 인해 학교성적이 별로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 안되더라. 그래서 번번히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그래도 뭔가를 열심히 해 보고 싶다. 뭔가 없겠나? 정말 대충 살고 싶지는 않다"


아주 많은 학생들이 이런류의 이야기를 제게 합니다
. 그러면서 인생 전환의 묘책을 묻곤 하는 것이지요. 그 중에 하나가 일본 유학이기도 합니다.


"
다른 공부는 별루인데 일본어 공부는 재미있고, 일본 가서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너무 강하다. 그거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내가 일본 유학을 가면 그곳에서 대학에 합격은 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게 내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냐?"


그런데요
. 이런 말을 하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 진지하고 솔직해서 사실 제게는 적지않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닌 바로 한 젊은이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인데, 어떻게 이를 제 개인의 비즈니스로만 취급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상담을 통해서 저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가야 할 이상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합니다
. 우리는 통상 자신이 행한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갖고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 합니다. 물론, 이 구분의 기준은 나이입니다. 현재는 19세부터 성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위 결과에 책임질 나이가 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승자냐 패자냐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대학입시라는 게 그것이지요. 불행히도 지금까지 잘 해 오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한번 갈라진 그 길은 평생토록 만회하기가 쉽지 않은 벽이 되어 버립니다. 학벌이라는 울타리에 갇혀버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일본이야기 좀 해 보겠습니다
. 몇 년 전 일본에서는 '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 만들기'라는 슬로건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 일본 총리인 아베씨가 자민당 간사장을 할 때였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요. 아베씨가 중심이 된 청년실업 문제 대책위인가 하는 정부기관에서 내놓은 정책 중의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만
, 일본사회의 큰 문제 중에 하나가 일하기 싫어하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니트족과 하루 하루를 파트타임으로 연명하고 있는 청년들의 불안정한 고용 문제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라는 점 때문이지요
.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건너기 힘든 강이 내 앞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젊은이들을 좌절케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사회에서 어떤 역동성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교육열이 엄청나다고 합니다만
, 일본 부모들의 교육열 역시 우리 못 지 않게 높습니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의 정도에 따라 유치원 때부터 갈라지기 시작해서 대학까지 연결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간혹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우리나라 서울대 신입생의 부모님 직업이 점차 전문직쪽으로 많아진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게 바로 성공(부)의 대물림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 만들기' 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선, 대학진학에 실패한 사람들, 직장을 잃은 사람들,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을 사회적 패자로 보는 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지 민심을 낚기 위한 일회성 구호로 그치기 십상이지요.


또한 황금벤치 위의 걸인들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일본사회의 부의 불균형은 너무도 심각합니다
. 우리나라 일부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일본을 따라가려는 분들이 있어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요즘 들어 일본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만, 서민들의 생활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이미 많이 삭감된 임금에 오르는 물가는 상대적으로 서민생활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감기에 걸린 서민들이 추운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처럼 보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패자부활이 아니라 '새 출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글쎄요, 우선은 대학진학 방법의 다양화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성적만이 아닌 다양하고 폭 넓은 선발방식에 의해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시행되고는 있습니다만, 더욱 더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을 해서 사회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고 다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직업 · 교육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점차 개인의 경쟁력이 중요시 되는 사회로 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사회복지 정책 차원에서 개인 개개인의 경쟁력 제고와 능력 있는 인재 육성을 향한 노력은 한층 강화되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자신의 인생에 걸쳐 적어도
3번 정도는 새 출발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정도의 희망이나마 있어야 개인의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고, 이로 인해 계층간 갈등이 없는 역동적인 사회가 될 것이며, 그런 다이나믹함이 우리사회를 선진국의 모범국으로 만드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청소년들과의 상담을 통해 느낀 짧은 소회였습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