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0. 6. 19. 01:14

이번 연휴 최고의 명 승부 가운데 하나가 야구 한·일전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원한 라이벌답게 양팀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요. 결과는 한국팀이 짜릿한 역전극을 펼쳐 보이며 5:3 승리를 거머쥐었지요.


참 재미있는 경기였는데요
. 이번 경기 결과에 일본쪽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지요? 우리 포털이나 언론에 소개되는 일본쪽 반응을 살펴보면 한국전 패배를 충격적으로 받아 들이는 분들이 많은 듯이 보이구요. 당연하겠지요. 축구는 몰라도 야구만큼은 일본이 몇 수 앞서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그들이다 보니 연이은 한국전 패배가 기분 좋을 리가 없을 겁니다.


이번 일본 야구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호시노
(星野)씨는 일본에서도 굉장히 인기 있는 인물입니다. 젊은이들이 상사로 모시고 싶은 인물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의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야구 감독으로서의 명성 외에도 와일드한 성격과 고집, 선수 관리면에서도 알아 주는 명장입니다. 오래 전 이야기 입니다만, 한 번은 덕아웃에서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를 않자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장면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혀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이번 한·일전은 호시노 감독의 이와 같은 성격이 패인의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물론, 9회말 일본 선수들의 잇따른 실수도 있었습니다만, 이는 결과적으로 호시노 감독의 고집과 오기가 빚어낸 어이없는 상황으로 저는 판단을 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하나는 잘 던지던 와다 쯔요시
(和田
) 선수가 김동주 선수를 걸어 내 보냈을 때, 이때가 선수교체 타이밍이었다는 사실은 호시노 감독 본인의 입으로도 실토한 바 있지요. 그런데 그냥 밀어붙였다가 이대호 선수에게 2점 동점 홈런을 허용하게 됩니다.


저는 호시노 감독이 고집을 부렸던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 겨우(?) 한국전에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겠다라는 고집(자존심)이 이미 투구수가 많았던 와다를 끝내 바꿔주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 아니었을까라는 말씀이지요.


또 하나는 투런 홈런을 허용한 와다를 대신해서 나온 투수들이 모두 자신이 전에 감독으로 있던 추니찌
(中日) 드레곤즈의 주전 투수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뭐, 좋게 해석을 한다면 그만큼 자신이 데리고 있던 선수들을 신용한다는 의미도 될 겁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중요한 경기에 이어서 계속 내 보낼 수가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을 했습니다
. 비록 동점은 되었다고 하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팀을 인정해 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라는 호시노 감독의 오기의 발로로 봤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한국팀 정도는 일본의 일개 프로팀인 추니찌 선수들만으로도 이길 수 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자존심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과욕을 부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이처럼 오기와 과욕은 주로 위기의 순간에 찾아와 사람의 평정심을 흩트려 놓고 더 큰 위기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사실
, 개인적으로 마무리는 우에하라 코지(上原 浩治) 투수가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우에하라 선수는 일본 명문 프로팀인 요미우리(読売)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선수일 뿐만 아니라 몇 번 있었던 우리와의 시합에서 아주 호투를 했던, 어찌 보면 선발로 나왔던 와다선수 못지않는 한국팀의 킬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투수입니다. 만약 8회부터 이어던진 카와카미 켄신(
川上 憲伸)이나 9회부터 던진 이와세 히토키(岩瀬 仁紀) 선수 대신에 우에하라가 구원 투수로 들어왔었다면 우리는 좀 더 어려운 경기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다음 시합이 절로 기대가 되는군요
. 만약, 다시 한번 한·일전이 벌어지고, 박빙의 승부와 똑 같은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이번에도 호시노 감독은 또 같은 결정을 내릴까요?
여러분도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습니까?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