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1. 6. 2. 15:28

학력인플레, 고학력사회, 석·박사 100만 명 시대, 요즘 들어 눈에 자주 띄는 말들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79%(2010년 기준)나 된다고 합니다.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 61%로 좀 떨어지기는 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중간에 그만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도 OECD 국가들을 상대로 비교해 보면 12위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이 56%라고 하니까, 먹고 살만한 다른 나라 즉, 선진국 국민들과 비슷한 정도로 우리도 대학에 진학을 했구나 라고 생각하면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시점에서 고학력이 문제시되고 있는 걸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실업률과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못하는 시대, 대부분의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사원으로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로 살아야 하는 시대, 그렇다보니 그 원인을 찾는 과정 중에 이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이나 잘못 찾은 결과로 보입니다. 물론, 많이 배워서 일이 성에 차지 않아 실업자로 살아가는 그런 분들도 일부 있을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이유가 다들 많이 배우고 눈이 높아져서 취업을 못한다로 귀결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설령, 그런 분들이 있다고 칩시다. 그러나 그분들은 많이 배우지 않았더라도 취업해서 먹고 사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래서 이건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을 일컬어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근로의욕이 없는 이런 청년 니트족이 우리나라에도 100만 명이 넘는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제외한 실업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주 왜곡되고 편향된 위험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못지않게 국가와 기업의 노력 역시 중요시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능하다면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대졸자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교육을 희망하는 모든 국민이 경험해 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다면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교육의 중심이 암기와 정답 찾기에만 매몰되어 있는 그릇된 교육 풍토 하에서는 더더욱 모든 국민의 대학 진학을, 대학 교육의 무상화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지라,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단순 암기가 아닌 사고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만큼이라도 인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대학이 준 산물로 저는 받아드립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친김에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고, 대학만 졸업한 친구들보다 6~7년 더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원가서 석·박사 받고 그것으로 무엇을 해 보겠다는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냥 더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배움에 대한 욕망이 강했습니다. 물론, 약간의 판단 착오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분들은 대학원 진학을 단지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개인 스펙 정도로,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몰아붙이는지 그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목적으로 진학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만나본 바에 의하면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정말 학문 연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몰두하는 그런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저처럼 그냥 공부가 더 해 보고 싶어서, 그것을 지금 아니면 평생 하지 못할 것 같아서 하시는 분들도 꽤나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석사 받고 박사 받아서 빵집을 하면 어떻고, 농사를 지으면 어떻고, 또 저처럼 어학원 원장을 하면 어떻습니까? 석사와 박사는 모두 기업체 연구직에, 대학 강단에만 서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그렇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기는 편견을 버려야 이 문제는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직업상 만나는 많은 젊은 친구들에게 대학진학과 대학원, 더 나아가 유학까지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저의 돈벌이와는 관계가 없으니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건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젊은 후배들에게 드릴 수 있는 제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저의 그 생활(대학과 유학)은 제 자신에게 있어 참 다행스러운 그런 일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학력 사회를 문제시 하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에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언제든 "배울 수만 있다면 마음껏 배우십시오. 해외로 나갈 수만 있다면 나가서 생활해 보십시오. 그것도 다 때가 있습니다. 때를 놓치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해도 두 번 다시 해볼 수 없는 경험 중의 하나가 바로 공부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가지 않은 그 길이 또 다른 길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