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일 상2010. 6. 18. 15:59

요즘 일본 사회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대략 2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그 유명한 '한류' 열풍

또 하나는 일본 사회의 '보수화'  '우경화' 분위기가 그것이다.

몇일 전, 신쥬쿠에서 약속이 있어 외출을 하기위해 언제나 처럼 전철을 탔다. 점심 때가 막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인지 승객은 그다지 많지가 않아서 반 정도는 빈 자리였다.

두 세 정거장을 지났을 무렵, 한 70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타셨다.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시다가는 마침 내 맞은편 빈 자리에 앉으셨다. 좌우로 젊은 여자가 앉아 있는 자리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 할아버님은 좌우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들의 인상을 유심히 살펴보시더니, 그 중에 우측 아가씨에게 말을 거시는 거다. 이때 부터가 걸작이다.

할아버님 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우리 자신(일본)을 모른다. 어디를 가든 맨 그 조선놈들이 만들어 놓은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있고, 컴퓨터 인터넷에 빠져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일본이 얼마나 훌륭한 민족인지를 알아야 한다. 메이지 신사(그렇게 들렸다)로 와라. 거기오면 다 가르쳐 준다" 뭐, 요약하면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물론 그 젊은 아가씨는 눈을 감은 채 못들은 척 하고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할아버님은 2~3분을 당신이 하시고 싶은 말씀만 하시고는 일어섰다.

흠, 참.

이럴 때만큼 황당할 때도 없다. 내 앞에서 내 욕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매 한가지인데.... 도대체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빤히 쳐다보면 싸우자는 것이 될테고.... 뭐, 그렇게 연세드신 영감님과 싸워본들 또 뭐할 것이며...

암튼 복잡한 심정 그 자체였다.

그 할아버님이 내리고 나서 한참을 생각해 봤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렇게 조선 사람(코리안)을 미워하는 것일까? 지나간 역사를 쭉 거슬러 가 보더라도 단 한번도 이들을 해코지 한 적이 없는데,  아니 오히려 우수한 문물과 문화를 일본 땅에 전수해 주었다는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말이다.

나도 아이큐가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는 넘인데도 이 부분은 도대체가 이해가 안된다. 누구 아시는 분 있으면 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다. 쩝~

개인적으로 일본 생활 7년차에 들어가는데 이런 광경은 처음으로 목격을 했다. 길거리에서 시위 중인 우익들은 가끔 봤어도 전철 안에서까지 이러다니... 그 만큼 일본 사회가 많이 오른쪽으로 치우져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도 그 할아버님 텔레비전은 참 열심히 보셨군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한국이 IT 산업이 우수하다는 것은 알고 계신듯 한데, 휴대폰을 조선(한국)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시는 것은 좀 오버하신 거다.

씁쓸하지만, 한류와 혐한류(우경화)의 상징적인 모습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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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