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정 보2010. 6. 19. 12:42

언론 보도에 의하면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이 뜻을 모아 자신들의 사후에 자식을 돌봐 줄 성년후견인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근년 들어 점차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고령자를 상대로 한 사기행각·재산강탈 등의 사회 병리 현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성년후견 제도에 많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고령자를 우선적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그 사회가 안고 있는 사안의 경중에 의해 앞뒤가 다소 바뀐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여지며, 결국은 성년후견 제도라는 것 자체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즉, 치매나 지적장애 등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재산관리나 계약 등을  대행해 주는 사람을 두는 제도를 성년후견 제도라고 한다고 보면 된다.
 
일본의 新성년후견 제도는 2000년도에 법 개정과 함께 도입이 되었다. 구제도 하에서는 본인의 판단 능력의 정도에 따라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로 나누고 있었다. 그러데 이용상의 불편함 등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어 법 개정과 함께 법정 후견과 임의 후견이라는 두 종류로 분류하게 되었다.
 
본인이나 배우자, 친족이 가정 재판소에 의뢰해서 가정재판소가 후견인을 선정하는 것을 법정후견이라고 한다. 이는 다시 대상자의 판단 능력에 따라서 후견·보좌·보조 셋으로 나뉘게 되는데, 후견은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보좌는 판단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 보조는 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원조가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치매나 정신장애, 지적장애 등에 의해 나중에 본인의 건강상태가 나빠질 것에 대비해서 본인이 후견인을 선택하는 것을 임의 후견이라고 한다.
 
성년후견인의 역할은 예를 들면, 월 이용료를 계속 지불해야 하는 휴대전화의 계약, 신용카드를 이용한 물건의 구매 등에 동의하는 일, 그리고 부동산 임대계약, 간병 서비스의 계약, 예금 등 자산의 관리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일본 대법원에 의하면 2004년도 성년후견인의 구성은 친족이 80%, 변호사나 사법서사 등 제3자가 약 20%였다. 그런데 근년 들어서는 친족보다는 제3자 후견인이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서 도쿄도는 이 성년후견 제도의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도쿄도는 성년후견인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해서 양성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일본 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후견인을 양성하는 것은 도쿄도가 처음이다. 이처럼 도쿄도가 성년후견인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사회문제화 되어 일본 사회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고령자들을 상대로 한 악질 사기행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 중에서도 특히 치매 노인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해를 ‘치매증을 아는 해’로 정해 지방과 기업·학교에서 강좌를 개최하고 수강생을 ‘치매증 도우미’로 인정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2009년까지 100만 명의 치매증 도우미를 양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기 피해의 한 예로 사이타마현에 사는 치매증을 앓고 있는 두 자매 할머니(78세, 80세)는 주택개조 업자들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어 충격을 주었고, 오사카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82세)는 사기업자들로부터 약 천 만원 상당의 건강식품과 수 억원에 상당하는 유가증권 및 IT관련 주식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나야 나’ 사기는 일본 전국에 걸쳐 셀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다. 사기꾼들은 고령자 댁에 전화를 걸어 마치 아들이나 딸 행세를 하면서 급하게 돈이 필요하게 되었으니 얼마를 입금하라든가, 아니면 누구를 보낼 테니 돈을 주어 보내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는 사기 수법이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대부분의 고령자들은 사기꾼들이 원하는 대로 돈을 입금해 준다고 한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일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듯 싶다.
 
또 다른 이유는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성년후견인의 역할을 주로 일가 친척들이 맡아 왔는데,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차라리 피붙이가 아닌 일반인을 후견인으로 하려는 이용자의 신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 사회복지 협회 조사에 의하면 치매나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무려 94%가 여하한 재산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65%는 가족이나 친척 또는 지인에 의한 피해였다고 한다. 자식에 의한 피해가 27%로 가장 많았다.
 
세 번째 이유는 물론 지금도 고령화 사회라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령화 비율은 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쿄도의 경우 2000년에는 126만 명이던 70세 이상 고령자가 2020년에는 242만 명으로 거의 두 배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서 성년후견인 제도의 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쿄도는 우선 금년 중으로 일반 시민 약 50명 정도를 선발해서 전문 후견인으로 양성함과 동시에 변호사나 사법서사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한 인사를 대상으로 필요한 법률이나 복지연수·현장실습을 시킨 후 성년후견인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도쿄도에 의한 이러한 실험은 타 지방자치단체에게는 하나의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성년후견 제도를 순수한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일정한 보수를 지급토록 할 것인가라고 하는데,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의해 결정하는 편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소득 계층의 이용에 부담을 주지 않고, 누구라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도쿄도의 후견인 양성 정책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것으로 추후 보다 많은 인재 확보에도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자의 인권보호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이제라도 이 제도에 관심을 가져 봄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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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