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정 보2010. 6. 19. 12:47

한국인 청구 패소, 대만인은 승소. 같은 법원에서 30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열린 동일한 사안에 대한 판결에서 두 명의 각기 다른 재판관이 내린 판결이다.
 
25일 도쿄 지방법원 민사 3부는 소록도 갱생원에 강제 수용됐던 한국 한센인 117명이 보상을 거부한 행정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대만의 한센인 수용시설인 낙생원에 수용됐던 대만인 25명이 제기한 같은 청구에 대해서 이 법원 민사 38부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사안에 대해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일본은 1907년부터 한센병(일명 나병)을 근절하겠다는 미명하에 한센인 강제 격리정책을 시행했다. 이 강제 격리정책은 90여년을 이어오다가 마침내 1996년 폐지되기에 이르렀고, 1998년 일본내 한센인 요양소 입소자 13명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다. 그리고 '한센병 보상법'이 통과되어 일본 한센인들은 보상 받을 길이 열렸다.
 
그러나 한국과 대만의 요양소에 입소해 있던 한센인들은 보상에서 제외되었고, 2003년 말부터 소록도의 한국 한센인 117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보상청구 및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작년 8월 16일 '국외 요양소는 보상법 대상외'라며 기각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는 후생 노동성의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또 다시 패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제의 패소 결정과 관계 없이 어제 또 다시 새롭게 274명의 한국 한센인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보상청구를 요청했다. 이들 274명은 변호인단의 추적조사에 의해 전쟁 종결 전에 소록도 갱생원에 입소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분들로 남성이 108명, 여성이 166명, 평균연령은 78세라고 한다. 이로써 한국인은 전부 391명으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어제처럼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언론에 따라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공통된 의견은 법 해석상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우선 판결문을 보면은 대만측 소송의 판결에서는 보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원고승소 결정을 내렸고, 한국측 소송에서는 보상대상을 규정한 조문 상의 근거가 없다며 원고패소를 결정했다.
 
즉, 대만측 재판관의 경우에는 '포괄적인 구제'라는 보상법의 취지를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해석한데 반해 한국의 경우는 법이 제정될 당시의 국회논의 등을 소극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2001년 당시 법률 심의 과정에서 식민지 통치 때의 입소자를 보상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서 국회가 충분히 심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에 입각해 국외 요양소는 한센병 보상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한센인 격리정책이 한국의 경우는 총독부령에 의해 시행되었는데 비해서 대만은 일본정부의 법령이 그대로 적용되어 시행되었다고 하는 사실을 든다. 그런데 2001년에 만들어진 한센병 보상법의 지급 대상을 후생노동성 고시에서는 '폐지 전의 구 한센병 예방법의 규정에 의해 설치한 요양소'라고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해서 한국의 경우는 총독부령에 의해 시행되었기 때문에 일본법 적용의 대상외가 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한국 소송과 대만 소송을 정 반대로 판결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들이 법조문의 해석에 연연하지 말고, 이분들이 모두 고령이라는 점 그리고 인권과 평등이라고 하는 보다 높은 견지에서 구제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음을 일본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
 
올해는 전후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사람으로 치면 내일 모레면 환갑이 되는 꽤나 긴 세월을 살아왔으면서도 행동거지는 어쩌면 이리도 철부지 어린애와도 같은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어른이 어린애와 다른 점은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진다는 사실에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나간 역사 속에서 자신들이 행한 불행했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하지 마라.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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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