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일 상2010. 6. 19. 12:59

요즘 연정으로 시끄럽다. 그런데 그 연정을 둘러싼 소용돌이 속에 한국 사회의 진면목이 다 들어있음을 본다. 국민은 국민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지식인임네 하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들 자기식 잣대로만 판단들을 하고 있다.

옳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적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한 지조때로 생각하고 판단하겠다는데 뉘라서 말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솔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칭 타칭 진보적 지식인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선거 때만 되면 입에 게거품을 물고 했던 이야기가 있다. 지역주의가 문제라는 것 말이다. 망국적 지역주의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까지 말들을 하지 않았는가.

옳다. 친일 반민족 세력이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짜 놓은 현재의 지역구도는 당연히 철폐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그래서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선진 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으로 연정을 제안한다고 하셨다. 게다가 필요하다면 자신의 모든 권한을 내 놓을 수도 있다고까지 하셨다.

옳다. 내가 가진 기득권을 버려야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음은 세살박이 철부지도 아는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흘러가는 시중의 분위기는 이 지역주의라는 것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일부에서는 지역주의 타파보다는 민생이 우선이라고 한다. 또 일부에서는 영구집권을 노리는 대통령의 술수라고도 한다. 그리고 또 일부에서는 지역주의 보다도 양극화 해소가 우선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지역주의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는 의미로 이해가 된다. 뭐 삼류 찌라시 수준의 언론들이 내 뱉어대는 토악질 정도야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다소 진보적 언론매체와 같은 부류의 지식인들 조차도 이런 논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되면 아니나 다를까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어쩌면 이렇게 참여정부 2년 반의 실상을 요 몇일 사이에 적나라하게들 보여주고 있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대통령께서 A를 말씀하시면 "지금은 B를 해야 할 때인데 도대체 B는 어떻게 된 것이냐"며 엉뚱한 걱정 토로하기를 즐긴다. 그리고 대통령이 B를 언급하시면 "아직 A 조차도 미흡한데 B까지 하겠다는 것이냐"며 욕심도 많다고 또 다시 딴지를 건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늘 상 이래왔다. 그리고 마치 이게 국민의 뜻인 양 진실은 호도되고, 거짓으로 포장된 채 말이다. 대통령은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이나 보고 있는 후진 생각을 가진 수구 떨거지들이나, 알면서도 짐짓 달 타령이나 읊조리고 있는 대책 없는 강단 지식인들이나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결국 한패였던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에 대통령께서는 단 한번도 국민들을 상대로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단정적으로 말씀하시지는 않은 것 같다.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하는 결정된 사항에 대한 일방적인 통고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어떻겠는지"에 대해서 국민적 논의를 해 보자는 제안적 성격의 말씀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땠는가?

반드시 있어야 할 제안에 대한 논의와 토론은 오간데 없고 비난과 비판과 비아냥과 조롱과 거짓만이 난무했던 것이 사실 아닌가 말이다.

 
지역주의가 정말로 버려야 할 망국적인 병인가? 진정으로 그렇다고 믿는다면 이제라도 영남만 대접 받고 있다는 차별론에, 호남 푸대접론에, 충청도 배려론에 더 이상 현혹되어 흔들리지 말자.

그렇게 영남을 이야기하고 호남을 걱정하는 이들의 한 겹 벗겨진 의식 속에는 또 다른 지역주의의 망령이 숨어있고, 그와 같은 지역주의의 토대가 바로 그들의 생존의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증스럽게도 말이다.

 
지역주의 타파, 노무현다움을 기대한다.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29% 속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