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일 상2010. 6. 18. 14:55

역시, 또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에 벌집 쑤셔놓은 듯한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철저한 조사를 지시해도 부족한 판에 오히려 대통령이 딴지를 걸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과 진보적 언론의 대체적인 인식인 듯 하다.

일각에서는 천정배 장관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조차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처지에 몰렸다며, 비빌 언덕이 무너진 천정배 장관을 걱정하고 있는데, 걱정이라고 하기에는 비유가 다소 냉소적으로 들린다.


그뿐인가. 보수 언론들은 한결 같이 누구 봐 주기네, 자신조차도 떳떳하지 못하니까라며 예의 그 물타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들의 분석은 과연 옳은가?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임기 2년 반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 마자 노무현 대통령은 의욕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안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여론을 만들어 가고자 하셨다.

그러나 당연한 것처럼 보여지는 대통령의 이와 같은 국정 운영 방식은 많은 장애를 만나면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특히 아쉬웠던 점은 대통령과 반대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 해당 부처 장관이나 담당 관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더라는 사실이다. 유감스럽게도 반대세력은 대통령 한 사람만 잡아서 패고 있는데, 이쪽은 우왕좌왕하며 몸 보신만 해대고 있으니 행정부는 없고 대통령만 보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선택되어 진 것이 책임 총리제에 의한 역할 분담이다. 학습효과 쳐 놓고는 너무도 가혹한 학습효과 후의 선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대통령에 의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총리를 중심으로 한 행정부 각 부처 수장들과 담당 관료들에 의한 업무 추진 방식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작에 이렇게 됐어야 했다. 업무의 기획에서 추진까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및 보상까지도 해당 부서의 수장과 담당자에게 일임해야 한다.


오래 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한 코미디언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웃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 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내가 앞에 나가면 "어, 저 놈이 그렇게 웃긴다는 코미디언이야. 그래 어디 한번 웃겨봐라"라면서 잔뜩 벼르고들 앉아 있단다.

그러니 어지간하게 해서는 결코 웃음보가 터질 리가 없다. 코미디를 보러 왔으면 웃을 준비를 하고 앉아 있어도 웃음이 나올까 말까 한데, 무슨 결투라도 하려는 사람들처럼 해서야 되겠냐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공감을 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현재 모습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이번 대선자금 관련 대통령의 말씀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대통령께서는 단지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신 것 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서 화합 한번 도모해 보시겠다는 의사 표시의 다름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법무부의 수장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인지했거나 그러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 그것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당당하게 공표하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던 시대를 살던 고루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상상조차 안 되는 말이겠지만 이게 바로 우리가 꿈꾸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새 세상이다.

만약 대통령의 사견에 흔들릴 천정배 장관이라면 대통령께서 법무부 장관 잘못 뽑아 놓으신 것이다. 그리고 혹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책임을 지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켜보도록 하자. 활짝 웃을 준비를 하고.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