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흠, 재미있게 봤네요.
24회 중 제대로 본 건 뭐 한 10편 정도 되려나?
시간대가 맞지를 않으니 보게 되더라도 마지막 30분 정도,
아니면 주말 재방송인데, 그나마 주말에는 여기 저기 좆아 다니다
보면 또 놓치게 되고, 그래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지금까지 10여 편 본 것 중에 마지막 회 방송분
연출력이 좀 그랬다는 점입니다.
혹, 연출이 사정이 생겨 조연출이 연출을 했나? 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더군요. 이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저는 마지막 회를 보면서,
그것도 역시 뒷부분 30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단편 영화를 보면,
짧은 시간에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상징적 묘사들을 즐겨 사용함을 알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메말라 쩍쩍 갈라진 논 한 가운데
새파란 새싹을 피우고 있는
풀 한 포기.
또는
파란 하늘을 솟구쳐
오르고 있는 풍선을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
희망과 자유를
영상화한 상징적 그림들입니다.
이 드라마도
마지막 회는 피로 얼룩져 있었는데요.
특히, 한글을 반포하는 그 자리는
마치 전쟁터와도 같았잖아요.
그만큼 한글 창제와 반포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을
묘사하기 위한
의도된 연출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게 조금만 더 정리되어 연출되었더라면...
또 하나,
세종을 제외한 모든 주 · 조연급 배우들의
죽음과 연관해서 보아야 할 게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한명회의 등장입니다.
1446년 한글이 반포되고,
1450년 문종이 즉위하고,
1455년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게 되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한명회가 주인공이 되어
한글이 언문 · 암클 · 반절 대접을
받게 되는 과정과
수양대군의 왕권 찬탈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의
또 다른 드라마가 준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의 역량을 감안해 볼 때,
아마도 나온다면 뿌리깊은 나무 2편 역시도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스펙터클 하게
그려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주하게 되는 생각인데요.
"세종대왕께서는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하셨구나" 라는 사실입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 하에서
중국 글이 아닌 우리의 글자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큰 반발과 반대가 있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불만 요소들 다 제거하고
마침내 우리의 글자를 만들어
후손인 우리들이 이렇게 편하고 쉽게
우리 글자로 공부하고,
말할 수 있게 해주셨으니
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입니까!
어릴 때부터 늘상
접해왔던 글이고 말이라서
그러려니 하며 배우고 익혀왔습니다만,
그냥 아무렇게나 배우고 써도 되는 말이
아님을 요즘은 많이 느끼며 삽니다.
그래서, 저도 이쯤에서 이 말씀 꼭 한 번은 드리고 싶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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