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4. 12. 18:37

혹여 이번에는 했다가, 실망하고. 그래도 이번만큼은 하고 기대했다가 또 다시 좌절하고. 실망과 좌절을 넘어 이제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선거만 한 번 끝나고 나면 정말이지 내 가슴도 아주 시커멓게 타 들어 간다. 화병이 생기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매번 성숙했다고 하는 그놈의 지역 분위기는 언제가 되어야 비로소 현실이 되어 내 눈 앞에 보여지게 되는 것인지, 그런 날이 정말 오기는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백약이 무효한 경우, 어쩔 수 없이 살을 가르고 속을 들여다 보기위해 수술대에 오른다. 지역주의라는 고질병의 처방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의해 시도되어 왔지만 여전히 지역주의의 벽은 높고 견고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수술대에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메스를 대고 지역주의의 중심을 갈라봐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게 뭔가? 바로 지역주의 한 중심에 지역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을 건설하는 일이다. 즉, 지역주의로 지역주의를 치는 방식이다.

 

자유선진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소멸의 길로 갈 것 같다. 그 이유는 자유선진당은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정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지역주의에 기대어 목숨이나 연명하고자 하는 정당의 뻔한 결말로 보여진다.

 

하지만 지역주의로 지역주의를 깨려는 시도는 충분한 대의명분과 뜻(義)을 갖고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게다가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씨가 영남 탈환을 목표로 부산지역 공략에 나섰다가 상처뿐인 초라한 영광만을 안고 돌아왔다. 나머지 병사들은 장렬히 전사한 채 말이다.

 

영남에서는 민주당 깃발로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고 그렇게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들이대고 보는 그 무모함을 가상한 용기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은 51:49의 싸움임을 잊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맥시멈 49%의 지지율을 받으면 뭐하나? 51%를 받은 쪽이 다 갖게 되는 승자 독식 방식의 선거인데, 게다가 인물도 민주당을 외면한 사람들이 비례인들 민주당에게 줄 것 같은가 말이다.

 

아쉽다. 원통하다. 인물로 보나 뭐로 보나 사실 이번이 절호의 찬스였는데 말이다. 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문재인을 위시해 영남지역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민주통합당으로 들어가지 말고, 독자정당 내지는 무소속연합 또는 구 참여당계나 현재의 통합진보당과 연합하여 先 독자세력화, 後 야권대연합의 전략으로 영남 거점화 작업에 나섰더라면 이번 결과와는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것은 나의 아주 오랜 생각이다. 어딘가에 예전에 썼던 비슷한 내용의 글도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했었지만, 참여당이 민주노동당 등과 합당을 하여 통합진보당이 되면서 나의 기대는 틀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마지막 보루였던 문재인 그룹 또한 민주통합당 창당에 참여하는 바람에 아쉬움을 머금고 이번 선거 결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누차 말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변화의 핵심 의제는 지역구도 타파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즉, 지역구도 타파 없이는 그 어떤 변화와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지역주의를 깨지 못하고는 모든 개혁 전부 NO! 절대 NO! 이게 내 생각이다.

 

글쎄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세력)들의 양심과 가슴으로는 도저히 선택할 수 없어 한 쪽 구석에 쳐 박아 놓은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이 대한민국 사회는 점점 더 병들어 가고… 어쩌겠나 현재로서는 취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요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차대한 일인니 말이다. 어떤 이가 정치적 변절의 변으로 사용하여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린 말이기는 하지만,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며 현재진행형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