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2. 6. 21. 20:36

오늘 신문을 보니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체류하다가 강제로 성매매 업소에서 일 하게 된 한 젊은 여인의 안타까운 기사가 남의 일 같지 않게 제 마음을 울리더군요.

 

세상 어디서나 산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길지 않은 인생 살아 온 뒤안길을 가만히 되돌려 보면, 무언가로부터의 유혹에서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또한 실패의 이면에는 미혹에 눈이 멀었던 자신이 있었음도 알게 되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서 생활하건 자신을 어떤 유혹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일본 유학을 한 번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일일이 다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 여기서는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일본유학의 3대 유혹' 정도로 정리해서 서술해 볼까 합니다.

 

여유있는 가정에서 풍족한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는 분들이야 예외겠지만, 없는 형편에 의지 하나 믿고 떠난 유학길이라면 그 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고된 삶의 연속입니다.

 

그럴 때, 슬며시 파고드는 유혹 1순위가 '돈벌이'라는 녀석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꽤나 높은 편입니다. 거의 우리나라의 두 배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요즘은 일본 경기도 많이 좋지 않은 편이라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만,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일본유학을 경험한 분들 중에는 제법 돈 좀 만졌던 분들 꽤 되실 겁니다.

 

여담으로 현재 도쿄 신주쿠 근처에 위치해 있는 코리아타운(신오쿠보)에 자리잡고 있는 성공한 재일코리안 – 일본 교포사회에서는 이들을 뉴커머라고 부름,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와 구별하기 위한 용어로 보면 됨 – 들의 대다수가 그때 일본유학을 와서 자수성가한 분들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당시에 가장 소득이 높았던 직종이 빠찡코 알바와 성풍속 업속의 점장(덴초우) 자리였습니다. 한달에 최소 20~40만엔 정도의 수입은 능히 가능했다고 하니까요 당시 우리나라 기업체의 임금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로 많이 벌었는지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부 그만두고 돈이나 벌어갈까라는 유혹에 빠지는 학생들도 꽤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실패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 실패의 원인은 바로 두 번째 유혹과 세 번째 유혹에 기인합니다. 돈벌이라는 유혹에 빠졌던 유학생들이 결국은 학위와 돈 둘 다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원흉과도 같은 유혹은?

 

이국생활에 적응도 되고 어느 정도 살만해 졌을 때, 두 번째로 고개를 들고 다가오는 녀석이 '이성'이라는 유혹입니다. 외국생활이라는 것 너나 할 것 없이 외롭고 그렇잖아요? 그럴 때 의지하고 만나는 사람이 생기면서 두 집 살림이 한 집 살림이 되고, 씀씀이는 커집니다. 반면, 같이 놀고 즐기느라 알바에 소홀하면서 일 자리를 자주 옮기곤 하니 자연히 재정에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상호 트러블도 많아지고, 끝내는 그런 생활의 연속으로 마감을 하고 마는 것이지요.

 

세 번째 유혹, 역시 빠질 수 없는 게 '도박'입니다. 특히나 빠찡코에 열심히 돈 갖다 들이붓느라고 힘들여 알바해서 번 돈 다 탕진한 채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서는 겁니다. 아주 나락으로까지 떨어져 보지 않고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도박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런 유혹들에 휘둘리며 살다 보면 경제적인 악순환을 반복하는 삶이 일상이 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유학생활이라고 하는 게,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학비를 포함한 주거비용까지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여기서 헤어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학업 역시 나에게 무한히 주어진 시간은 아니잖습니까? 나에게 주어진 기간 안에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중간에 도태되어 짐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지막으로 학업도 포기한 채 불법체류라는 유혹에 넘어가고 마는 겁니다.

 

이때가 되면 대부분이 자포자기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귀국을 하자니 부모님을 비롯한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계속해서 일본에 체류하고 싶기는 하나 비자 받을 방법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극단의 선택을 하고 마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인생사, 열심히 사는 것보다 그릇된 미혹에 빠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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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