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6. 27. 11:30

아니, 국가와 국가간 협정 체결에 있어 실체도 없는 상대와도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보이길래 하는 소리다.

 

군대도 없는 나라와 군사협정을 맺겠다니, 이는 현재 방위대 수준에 불과한 자위대를 군대 수준인 자위군으로 그 지위를 격상시켜 주는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다른 나라도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하겠다는 것이니 그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일본 보수 우익들의 70년 묵은 소원이 무엇인가? 저들이 무엇 때문에 주변국과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역사 문제로 시비를 걸고, 북한과 갈등을 고조시켜 왔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유는 단 하나다. 평화국가 일본에서 전쟁이 가능한 보통군사국가 일본으로 체제 전환시키려는 검은 야욕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차대전에서 연합국(미국)에게 패배함으로써 군대해체와 평화헌법이라는 두 개의 선물(?)을 받았다. 물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선물이랄 수 있겠지만 전쟁을 진두지휘 했던 일본 보수우익들 입장에서는 치욕이자 형벌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호시탐탐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대 보유를 위한 계책 마련에 혈안이 되었다. 그 한 방법이 일본을 끊임없이 주변국과 갈등을 빚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한 사회위기 조장 수법을 통해 일본 국민을 단결시키고 자신들의 보수우익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군대보유로 가기 바로 직전 상황까지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유사법제와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일본 우익들은 헌법개정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뒤에서 논하기로 하고 군대보유와 일본헌법, 게다가 일본헌법을 평화헌법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 먼저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전쟁이 끝난 후 연합군이 일본에 주둔하면서 전후문제 처리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에는 일본 군대 문제와 헌법 개정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 헌법을 연합군 사령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여러 정황 증거로 남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자료에 의하면 일본 헌법을 현재와 같이 만든 인물은 당시 일본 수상이었던 시데하라 기쥬로(幣原 喜重郎) 라는 사람이다.

 

그가 연합군 사령부로 맥아더 장군 등을 찾아가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헌법의 개략에 대해 여러 번 설명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고 연합군 사령부의 주도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인물들이 바로 일본의 보수우익세력이다.

 

왜냐? 일본 헌법이 연합군 사령부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현재처럼 만들어졌다고 주장해야 헌법 개정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다는 소리가 자주적으로 개정하자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 이쯤에서 일본헌법의 어느 부분이 일본 보수우익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일본헌법 제9조 1항과 2항에 그 답이 있다.

 

1항.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고,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국권의 발동내지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및 무력의 행사는 영구히 포기한다.

2항.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 · 해 · 공군 및 기타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전쟁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로 보면 된다. 이런 연유로 지금도 자위대는 군대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보수우익들에게 이 두 조항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그래서 일본헌법 개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며, 자위대의 해외 파병 등이 문제시 되었던 것이다.

 

한편, 이런 내용들로 인해 일본헌법 = 평화헌법으로 인식되었던 것이고 말이다. 이처럼 헌법에 평화주의 원칙을 명확하게 규정지은 것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본헌법이 발표되던 1947년 5월 3일 시점에서는 일본이 유일했다.

 

이런 일본헌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데 아직은 그래도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선량한 일본국민들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저들이 선뜻 거기까지는 손길을 뻗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나서서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해 주겠다는 꼴이니 이 얼마나 한심하고 몰역사적인 작태인가 말이다. 저들의 검은 야욕을 예의 주시하고 경계해도 부족한 판에.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연합국의 승리로 전쟁이 끝난 후의 상황을 잠시 돌아보자.

 

일본의 항복이 결정된 것은 8월 10일, 항복한 날짜는 8월 15일. 그리고 미군이 인천에 상륙한 것이 9월 8일이다. 35년 넘는 일제의 강점기보다 더 치욕적인 사실은 일본의 패망이 결정되고 연합군이 한반도에 상륙하기까지 거의 한달 가까운 기간 동안에도 한반도는 일제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맥아더 사령관은 필리핀의 마닐라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던 아베 총독에게 지시를 내려 일본군을 무장해제 하지 말고 연합군이 상륙할 때 까지 치안을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인가? 이 얼마나 부끄러운 역사적 사실인가 말이다.

 

당시, 저들 연합국 이하 연합군 사령부의 전후처리 과정에 조선과 조선인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조선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 스스로의 치안 유지조차도 기대할 수 없는 민족이라는 판단이 머리 속에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한 달여 기간 동안 아베 총독을 비롯한 총독부는 친일부역자들을 연합군 사령부에 적극 추천하고, 독립운동을 했거나 일제에 저항했던 인물들은 모두 빨갱이라는 붉은 딱지를 붙여 보고했다. 광복 후 독립운동 세력이 몰락하고 친일부역자들이 활개치게 된 배경이다. 이처럼 애초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채 대한민국은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반성하자.

 

 

PS/ 위 일본헌법 관련 내용은 필자가 번역 출판했던 「일본은 왜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하는가(이토 나리히코 지음, 강동완 옮김, 행복한 책읽기 펴냄)」에서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