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7. 30. 21:19

한 번 더 강조하고픈 이야기.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지역주의에 매몰된 반쪽짜리 민주주의라는 사실이다. 글쎄다. 누구는 분단체제의 극복이 우선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주의 극복이 상수다.

 

지역주의의 폐해는 깊고도 넓다.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뿌리를 박고 있으며 특히 기득권과 결탁한 부정부패의 온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영호남이라고 하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정치의 양당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라 지역주의 타파에 어두운 암운을 드리운다.

 

그동안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실로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전직 대통령님의 부산에서의 연이은 패배를 비롯해 최근에는 유시민씨의 대구출마, 문재인 문성근으로 대표되는 친노인사들의 부산출마와 김부겸의 대구출마까지, 실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래도 30~40%대의 지지율을 얻으며 석패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면 나와는 토론 불가다. 왜? 어차피 선거라는 게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이다. 1등이 아니라면 다 무의미하다.

 

사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교두보 마련과 괜찮은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두 번 정도 있던 것으로 나는 판단을 한다. 한 번의 기회는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을 들고 싶고, 또 한 번은 앞서 거론했던 친노인사들의 부산 출마라 하겠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진보정당 건설'이다. 즉, 부산과 경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진보정당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은 정당으로까지 갈 필요도 없다. 무소속연대와 같은 느슨한 연대체라도 상관없다.

 

물론, 비겁하기는 하다. 지역주의를 깨겠다는 인사들이 기껏 지역주의에 안주해서 후일을 도모하겠다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해서 망국적 폐해인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그런 선택이라도 하는 편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현명한 처신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조차도 이제는 물 건너 가 버렸다. 결국은 민주통합당에서 다들 만날 것만 같으니 더 이상 어떤 인물, 어떤 동력이 있어 그 일을 대신해 수행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나마 유시민이나 문재인 정도나 되는 인물들이니 한 가닥 기대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들을 대신할 세력과 인물을 현 정치권에서는 도저히 찾아지지가 않으니 난망할 따름이다.

 

그리고 조만간 통합진보당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유시민의 국민참여당계와 심상정·노회찬의 진보당 세력은 민주진보세력 정권 재창출이라는 명분하에 민주통합당의 품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다른 어떤 대안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그나마 꽤나 쓸 만한 정치인들이니 정치에서 손 떼기를 바랄 수는 더더욱 없고.

 

이리 되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새누리·민주 양당체제로 확고하게 굳어버리고 말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만고만한 정책을 갖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선심성 정책만을 남발할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이는 곧 국민들로 하여금 "그 놈이 다 그 놈이여"라는 정치 무관심을 한껏 심화시키게 될 것이고, 그러는 사이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 채 그들만의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제로 변질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정치가 우리 곁을 떠나게 되는 순간이다.

 

괜찮은 진보정당 하나 갖는 게 이리도 벅찬 일인가? 지금 우리에겐....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