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8. 9. 15:03

함께 한다는 것, 모인다는 것은 좋은 건데 문제는 무엇을 위해 모여 함께하느냐가 관건이지 싶다. 친구와의 관계도 그렇다. 친구들끼리 함께 모여서 우정을 돈독히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주먹이 되어 암흑의 거리로 진출하는 이들도 있다. 역시 함께해야 가능한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하고자 하는 의도는 같지 않다. 이렇듯 사람과의 관계에서 끼리끼리 속성은 필수적인 듯도 싶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을 거다.

 

요즘 막 바람몰이 태세에 들어선 안철수씨를 보고 있자니 2002년 대선 즈음이 생각난다. 당시, 노란색 돌풍을 일으키며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지지율 답보 상태를 보이자 민주당 내 일각에서 후보교체론이 고개를 비집고 나왔다.

 

후단협이라 불리던 이들이 그들이다. 자당의 대통령후보 지지율 올릴 생각은 안하고 더 지지율 높은 인물 찾겠다고 나선 것이 후단협의 실체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맘에 안 드는 후보 지지율 핑계로 갈아치워 보자는 궁물파 패거리주의가 한몫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말이다. 그럴 거면 국민경선은 뭣 하러 했나? 당원과 국민이 뽑아 놓은 후보를 지들 맘에 안 든다고 지들 맘대로 갈아치울 거라면 말이다.

 

현재 여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다들 안철수씨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니, 현재의 각 당 대선 후보 경선은 반쪽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발상 자체가 후단협의 논리와 뭐가 다른지 나의 아둔한 머리로는 이해 불가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경우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텐데도 버젓이 대놓고 경선 이후 경선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니 이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겠는가 말이다.

 

도대체 2002년 당시의 정몽준 후보와 민주당이 어떤 정체성의 일치가 있어 후보 단일화 상대로 그를 택했는지 아직도 모르겠고, 현재의 안철수와 민주통합당이 어느 지점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있길래 검증조차 제대로 안된 그를 단일화 상대로 여기며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지 이 또한 모르겠기는 매 한가지다.

 

이런 일이 시대와 상황을 불문하고 되풀이 되는 이유는 정치를 신념과 소신에 의거해 하지 않고 개인 보신을 위한 패거리주의에 입각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보스주의가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했었다면, 현재 3김의 보스가 물러난 자리에는 패거리주의가 똬리를 틀고 한국 정치를 주무르고 있다.

 

지역주의와 패거리주의로 대표되는 후진적 정치행태가 지금 한국 정치를 절단 내고 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대선을 불과 4개월여 남겨 놓은 시점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대선 후보가 되고 또 누군가는 떨어져 나갈 것이다. 이번에는 누가 아니, 어느 세력이 후단협이 될까?

 

글쎄다. 내가 볼 때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세력(계파)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물이 결합해 후단협을 자처하고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 마치,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과도 같은 이치를 들이대며 말이다. 물론, 그들의 심중에는 안철수가 있을 것이고, 선택의 판단 기준은 역시 패거리 정신에 입각한 보신주의가 될 것임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역주의 · 혈연주의 · 학연주의 · 패거리주의. 우리 정치가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끼리끼리 문화의 전형들이다. 국회의원은 한명 한명이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다. 자신의 정책과 정치적 소신에 따라 합종연횡 하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한 정치 행위라 하겠지만, 애오라지 자신과 계파의 이익에 따라 서만 처신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머지않았다. 지켜볼 일이다. 또 누가, 어느 세력이 자신과 계파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후단협이 되기를 자처하는지를. 잘 가려보고 아예 싹을 도려내야한다. 패거리주의가 청산되어야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가 업그레이드되어야 서민이 행복해 진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