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9. 6. 11:49

우선, 안철수. 잘 모른다. 나와 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듯싶은데, 살아온 과정은 나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부러울 따름이다. 좋은 환경에 똑똑한 머리 게다가 많은 돈까지. 아, 하나 더 있다.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오를 정도의 엄청난 인기.

 

물론, 내가 부러워한다고 해서 그 부러움의 대상이 다 대통령 후보로서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이건 별개의 문제다. 개인으로서의 그는 나의 부러움의 대상임에 틀림없지만, 나의 대통령으로서의 그는 아직 확신이 없다.

 

세상에 이슬만 먹고 사는 사람은 없다. 인간 세상에서 서로 부딪혀 가며 사업도 하고, 밥도 먹고 살고자 한다면 때로는 오물도 뒤집어 써야하고, 손에 더러운 것도 묻혀야 하고, 그게 내가 아는 인간 세상의 삶이다.

 

그런데 오직 이슬 먹고 산 흔적 밖에 없다면 그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대통령을 해야 맞다. 나는 그래 생각한다. 즉, 검증 없는 인기는 거품이라는 얘기다.

 

좀 전에 머리 자르러 갔더니 유명한 정치평론가 한 분이 TV에 나와서 오늘 있을 민주통합당 대통령 경선 광주·전남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얘기가, 아마도 최종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50%를 넘지 못해 결국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손학규 후보에 비해 열세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나는 그리 보지 않는다. 나도 예측 하나 하자. 오늘 광주·전남에서 문재인 후보 40% 후반 득표한다. 그리고 수도권에서 50% 이상 득표로 결선 없이 후보 경선 끝낸다. 근거가 뭐냐고? 근거는, 이런 결과가 나오게 만든 일등 공신은 아이러니 하게도 손학규 후보다.

 

지나쳤다.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손학규 후보 진영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연설 때마다 하는 얘기 중에 "2002년에 노무현을 찍고 2007년에 이명박을 찍었던 표를 되찾아 오겠다"는 말이 있는데, 이거 착각이다. 어떻게 정치인이라는 분들이 이렇게 현실을 못 읽을 수가 있는지 참으로 황당하다.

 

2002년에 노무현 찍었던 사람 중에 2007년에 이명박 찍은 사람 극소수다. 아예 투표장엘 가지 않았다. 기권하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했다는 말이다. 정동영이 까먹은 500만 표가 그 방증이다. 손학규 후보의 일관된 네거티브 전략은 잠자고 있는 500만을 깨워 모바일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 주변에서 다들 그러더라. 가만히 있는 사람 자꾸 속 긁어 대서 미치겠다고. 그래서 모바일 경선 신청했다고 말이다.

 

이 지점에서 아쉬운 사실은, 손학규 후보가 초장부터 "노무현을 계승하겠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처럼 하겠습니다"라고 했더라면 지금은 아마도 문재인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난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이젠 늦었다. 그래서 저녁은 매일 댁에서 드실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래. 그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도 맘에 안 들어요. 시대를 못 읽어도 너무 못 읽은 사람의 슬로건이라고 봐요. 지금 시대가 가족끼리 저녁을 같이 못 먹어서 문제가 되는 시대인가요?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 먹는 것은 호사라고들 해요. 출근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국민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드리겠다는 얘기는 한참이나 먼 남들 나라 얘기로 밖에 안 비친다는 사실입니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슬로건이다 저는 그래 봅니다. 암튼 이번 경선에서 제일 아쉬운 건 손학규 후보의 전략이다. 그로 인해 판 전체가 진흙탕 싸움이 되어 버렸다. 아쉽다.

 

또 하나, 밖에 있는 안철수에게 구애를 보내면 보낼수록 민주통합당의 모양새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설사,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안철수와 후보단일화를 해야 될 경우가 오더라도 그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몰렸을 경우고, 그 순간까지 안철수는 남이어야 한다.

 

현실을 보자. 명색이 제일 야당이라는 곳이 자기들 당 밖에 있는 안철수만을 애오라지 하며 목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누가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를 확고히 지지하고 밀어주겠는가. 그리고 그 경선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다들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를 임시 후보 또는 반쪽짜리 후보로 보고 있지 않나? 그러니 지지율도 오르지 않고 존재감도 미미해지고 하는 것이지. 야당 지지자들에게 한바탕 신바람을 불어 넣어줘도 부족한 판에 기를 팍팍 꺾고 있으니 원.

 

버려라. 안철수를 버려야 야당이 산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