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9. 12. 16:50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 이번 주 주말 경기와 서울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대충 어떤 식으로 끝이 날지 짐작이 간다. 물론, 직접 뛰고 있는 후보들이야 실낱같은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지사라 할 수 있겠으나 이제는 경선 이후의 대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함이 옳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도 당 지도부의 패권주의 운운하며 경선 룰을 갖고 문제 제기를 한다든가, 나아가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려 당원과 국민을 협박하는 후보가 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누가 봐도 자신에게 유리한 룰로의 변경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명확한 근거 제시를 통한 문제 제기가 옳다고 보나,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담합론' 외에는 특별히 내 놓는 게 없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인 관심사로 지난 제주경선부터 부산경선에 이르기까지, 매번 주의 깊게 경선 과정을 지켜보았음을 전제로 일부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일단,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은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둠이 순서일 것 같다.

 

특히, 내가 콕 집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후보가 손학규 후보다. 사실 이 글도 그분을 위해 쓴다고 보면 맞다. 무엇보다도 손학규 후보는 비겁하다. 실체가 있는 '지역' 패권주의에는 영합을 하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이념' 패권주의(당사자의 표현이다)에는 분노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는 김대중 · 노무현 두 분 전직대통령님의 유산이다. 그리고 적어도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하는 분이라면 민주정부 10년의 공과를 반성하고 계승함이 옳다고 본다.

 

물론, 그 민주정부 10년 동안 생각을 달리하는 집단 속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그럴 의무 같은 것은 없다고 강변할 수도 있기는 하겠으나, 본인의 전직이 어떠했던가에 관계없이 현재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라면 이는 당연한 일이라 사료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서 자격 없음이다.

 

그런데 종종 그분의 발언을 통해 이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손학규 후보의 정체성에 의심이 든다. 국민의 정부 계승론과 참여정부 책임론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민주정부 10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과도 같은 거다. 어떻게 이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겠나? 특정 목적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 몸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라는 말씀으로 민주정부 10년을 정리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손학규 후보의 이와 같은 분리 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계승하겠다고 하는 국민의 정부 역시 진정으로 계승할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어 그리 말하는 것인지 이쯤에서 한번 확인하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혹, 지역주의에 기대어 표나 얻어 볼 심산으로 맘에도 없는 국민의 정부 계승론을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불신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 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와 같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분리 대응 전략이 지지표를 헤아려 정치적으로 접근한 무늬만 화해 · 제휴 제스처라 해도, 그것은 전략상 실수였음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왜 다들 눈에 보이며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현상만 믿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듯 실체가 눈에 안 보인다는 이유로 분명히 존재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세력 - 이를 패권주의라 불러도 좋고, 정치적 결사체라 불러도 좋고, 이념적 연대의식으로 이해해도 좋다 - 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떨어져도 한참이나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지역주의라는 실체가 눈에 보이는 패권주의에는 아부하고, 실체가 모호한 즉, 분산되어 있는 세력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시 또는 폄하하려 한다는 것이다.

 

손학규 후보가 그토록 저주해 마지않는 친노 문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만약, 친노(노빠) 세력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박혀 있었더라면 이런 식의 선거 전략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 되었다면 아마도 민주정부 10년 계승론을 들고 나와 정책으로 승부하는 경선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그 공과와 미래를 갖고 정책 대결을 벌이는 경선이 맞는다고 본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가 친노라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친노 지도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인지 경선 초반부터 내내 친노세력과 척을 지는 구도로 일관했다. 글쎄다. 과연 친노(노빠)라는 세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각종 선거시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가늠해볼 만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는 특정 지역의 싹쓸이로 대표되는 지역주의처럼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만, 총선이나 지방선거의 경우, 승부가 박빙으로 흘러 누구도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때,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판단을 한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후보 역시 지난 4·27 재보선(분당을)에서 그 수혜자였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특히나 대선과 같이 전국적으로 표를 합산해서 계산하는 경우에는 이에 관한 보다 명확한 결과를 지난 2007년 대선이 보여주었다. 나는 당시 정동영후보가 잃은 500만 표를 앞서 거론한 적극적 · 심정적 친노(노빠)의 유효한 표로 계산을 한다. 그 역시 참여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에 입각해 친노 때리기로 야권 후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관한 더 정확한 표 분석은 전문가들의 몫이 될 터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노무현주의 - 친노와 노빠를 비롯한 심정적 지지자 포함 - 역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정치 이념적 성향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유의미한 세력으로서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현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비겁하게 눈에 보이는 실체에만 눈이 멀어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패권주의에는 아부하고,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거대한 심정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념적 연대에 무지 · 무관심하다면 이는 지도자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자격미달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