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9. 19. 15:45

혹시, 고장인가 싶을 정도로 오랜 시간 뜸만 들이던 밥솥에서 드디어 부저음이 울렸네요. 밥이 다 되었으니 맛있게 드시라고 말입니다. 고장은 아니었군요. 그런데 밥솥 안에 든 내용물이 죽인지 밥인지 아니면 새까만 숯덩이인지는 모릅니다. 먹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오늘, 안철수씨가 마침내 대선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역시 변죽은 울렸는데 , 내용물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기는 앞선 밥솥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참, 정치권 우습게 되었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대통령후보에는 좀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요즘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검증' 이라는 그 절차도 중요하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정치행위라는 긴 과정을 거쳐 그의 정치적 '능력과 정책, 신념과 도덕성' 등을 평가 받아야 함이 중요하며 옳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 일절 생략한 채 사회적 인지도가 있고 인기가 좀 있다고 대통령 후보가 되는 이런 얼토당토 안은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상당히 긴 시간 정치권에서 숙련되고 단련을 쌓은, 준비마저 철저했던 사람들도 후에 대통령 후보로 나설 때, 준비된 후보 또는 준비되지 않은 후보로 평가 받게 되는 게 일반적인 건데, 이런 과정이 일절 생략된 후보가 대한민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이 참 당혹스럽습니다.

 

잠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두루뭉실 아주 원론적인 것 밖에는 들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실무 경험을 통해서 보여준 경륜이란 것도 전무합니다. 앞으로 대선을 준비하면서 정책이건 뭐건 차츰 보여드리겠다고 하는데, 이제 딱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이 상실입니다. 여하튼 좋습니다. 그럼, 국민인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당신을 나의 대통령후보 중의 한명으로 받아들이면 되는지나 좀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모든 것을 주변의 훌륭한 인물들과 상의해서 처리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만, 글쎄요 멀리 갈 것까지도 없이 우리의 지난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이 말이 갖고 있는 위험한 함정들을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대부분의 참모들이 정치권 및 학계 또는 관계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 나서서 국정을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덜컹거리며 삐꺼덕 했던 게 우리의 현대사이기에 그렇습니다.

 

또한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 찾아오는 무수히 많은 선택의 순간에 과연 모든 것을 참모들과 상의하고 그들에게 의지한 채, 그렇게 해결 가능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만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국가 경영에 대한 고민 하나 없던 사람이 불과 몇 달 안에 국정 전반을 운영 가능할 정도로 완벽하게 탈바꿈할 수 있을는지 못내 궁금합니다. 대통령으로서의 국정운영은 연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가 이분의 대선출마를 못마땅해 하는 이유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분의 출마로 야권후보 지지율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역으로 야권을 분열시켜 그렇지 않아도 지지기반이 허약하기만 한 야당(민주통합당)의 해체와 이를 통해 보수정당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안철수씨의 단일화 대상이 야권후보만이라는 전제 또한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베일 속에 가려 있는 부분이 너무 많은 탓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인들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국회의원들 보다는 지자체(광역) 장을 하셨던 분들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게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게 국가보다 규모가 작은 지자체라는 단위를 갖고 고민하고 실천하고 해 가며 국정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들은 먼저 지자체 경험을 쌓은 후에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방법들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자체 역사를 볼 때 차차기 대선부터는 이런 식으로 지자체 장 출신들이 대통령 후보군으로 대거 등장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 졌습니다. 과연 어떤 숫자가 모습을 드러낼까요?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이 주사위에는 꽝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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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