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9. 20. 10:24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안철수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은 심하게 요동치게 생겼다. 이쯤에서 제일 피를 보는 것은 누구일까? 다들 생각하듯이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문재인씨일 것이다.

 

가장 좋은 그림이 안철수씨가 출마를 포기하고 야권후보를 밀어주는 -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씨를 밀어주고 출마 포기를 했듯이 - 형식이었겠으나 본인이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야권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철수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겠기에 그를 신뢰하지 못한다. 주변에 있다는 인사들의 면면도 사람을 헷갈리게 하기는 매한가지다. 도대체 색깔이 뭐야?

 

그렇지만 모두가 다 나와 생각이 같지는 않다. 이제 야권(민주통합당 포함)에서 안철수는 적이 아니라는 얘기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할 것이며, 말을 갈아타는 인물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문재인씨의 지지율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둘이 동시에 지지율이 오르는 경우는 불가능하다. 혹, 후단협이라면 그런 주장도 할 수는 있겠다. 물론,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진영에서도 그렇게 호의적으로 문재인은 적이 아니라고 주장해 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저들은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며 시간을 벌려고 할 것이다. 그래야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점점 떨어질 테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세론을 주장하는 인물들이 점차 늘어나 결국 후단협으로 발전을 하게 될 것이며, 그 중 용기(?) 있는 어떤 사람이 나서 제2의 김민석을 자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지난 2002년의 경험이 있어 그렇게 쉽게 당하거나, 쉬이 드러내 놓고 후단협을 자처하기 또한 쉽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나, 역할에 눈이 멀어 성급하게 선수를 치는 인물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문재인 후보에게는 앞으로 2~3주가 정말로 중요하다. 적어도 그 기간만이라도 지금과 같은 고공 지지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안철수 바람을 잠재우고 쉽게 야권단일후보로 설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경우 여지없이 저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역으로 안철수의 등장으로 의도치 않게 득을 봤을만한 정치인은 누구일까? 유시민. 그렇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함께 가치가 올라간 인물로 나는 유시민씨를 들고 싶다. 안철수의 출마선언으로 야권단일후보는 그 외연이 대폭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어찌 보면 필연에 가깝다. 현실 한국정치에서 야권후보가 둘이 되는 것 - 규모에 관계없이 - 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등장 전에는 문재인 후보 밖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범야권 쪽에서는 쉽게 갈 수 있는 길이었는데, 안철수의 등장으로 이제는 야권으로 자처하는 모든 세력과의 단일화라는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안철수는 되는데, 왜 이정희는 안 돼?

 

그래서 결국, 이번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은 문재인후보와 안철수 그리고 진보통합당 구당권파의 이정희, 진보통합당을 뛰쳐 나온 신당권파의 유시민. 이렇게 4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야권 '대통합론'이다. 상황에 따라 합종연횡도 가능하다.

 

물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라는 게 있고, 정치라는 것 역시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도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꼭 이렇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밖으로 알려진 바대로 안철수씨가 야권과 단일화를 목표로 한다면 이는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경우의 수로, 만에 하나 안철수씨가 야권이 아닌 여권의 후보가 되고자 한다면, 그래서 박근혜 후보와의 여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쟁의 장에 서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면, 이럴 경우 야권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진다.

 

이런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바람몰이를 위한 야권 '소통합론'의 대두다. 여권이 박근혜와 안철수의 빅매치로 바람몰이에 들어갈 경우 야권은 이에 맞불을 놓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일까? 이 경우에도 나는 유시민씨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안철수의 등장이 야권내 유시민 비토세력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어떤 경우에든 유시민의 역할을 불가항력적 요소로 만들어 버렸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이해 불가한 상황판단으로 인해 촉발된 통합진보당의 분열로 대선 후보군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였던 한 시대의 '유력' 대선후보 유시민씨가 안철수의 등장으로 새삼 조명 받게 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역시, 정치는 생물인가 보다.

 

불과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대선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누구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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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