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9. 21. 11:45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정치는 생물과도 같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똑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는 말씀 되겠다. 이건 또 다른 의미에서 내가 쓰는 글들에 대한 안전장치의 성격도 조금은 있다. 그래야 쉽게 써 갈길 수가 있다.

 

그렇지 않나? 내가 무슨 엄청난 정치평론가도 아니요, 현직 정치인도 아니니 부담 없이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게 맞는다고 보나 그래도 혹시 내 글이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또는 생채기를 내는 아픈 가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비스므리한 것도 있어 그렇다.

 

요 며칠, 정치 관련한 글을 제법 쓰면서 안철수 현상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고민 좀 해 봤다. 뭐 그렇다고 특별한 것은 없다. 나 같은 범부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냥 평범한 한 소시민의 소설 정도로 봐 주면 좋겠다.

 

특히, 안철수씨의 대선 출마선언과 이어진 민주통합당 박선숙씨의 탈당 및 안철수 캠프行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머리가 많이 복잡해졌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안철수씨가 이번 대선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정치의 지형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통상 우리는 안철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고 또 그렇게들 믿고 있다. 뭐 혹자 - 나를 포함해 - 는 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며 안철수를 여권후보군에 포함시키고는 있지만 이제 갓 출마선언을 한 현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대기란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어제 박선숙씨의 언행을 통해, 또 하나의 가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안철수의 생각은 이번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가설이 그것이다.

 

만약, 어떤 형식으로든 야권후보 단일화에 참여를 하고 그것을 통해 보수정권 심판하고 정권교체 이루어 낼 요량이었다면 박선숙씨의 참여가 저런 식으로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선숙씨의 일거수일투족에 뭐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도 가능하겠으나, 어찌 되었든 - 본인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 박선숙씨는 현 시점에서 안철수 진영과 함께 할 수 있는 범야권쪽 인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어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앞선 가설 즉,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을 가정한 진용꾸리기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투박함이 상당부분 엿보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박선숙씨의 탈당 시점 및 탈당의 형태가 영 개운치 않은 맛이 있다. 이 말은 다른 의미로, 민주통합당에 대한 예의 또는 배려 이런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보따리를 싸기는 했지만 그래도 민주정부 10년간 받은 온정과 누린 혜택에 비해 가는 길이 너무 험악해 보이기에 하는 소리다.

 

범야권 철새 - 이 말에 서운해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껏 우리는 박선숙씨와 같은 행위를 정치적 철새의 범주에 두고 평가를 해 왔기 때문이다 - 의 '아이콘'으로서의 박선숙의 모습을 볼 때, 철새 후보군인 이들이 갖고 있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감정은 상당한 도전정신, 그리고 적대적 분위기 등으로 느껴지는바,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그들이 그리는 그림의 일단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야권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단기적 정치 실험이 아닌 한국 정치 지형 특히 야권의 정당구조 자체를 바꾸어 보겠다는 중·장기적 접근은 아닐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나쁘게 표현하면 야권해체가 되겠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실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실패를 했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후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했다. 비록 미완으로 끝이 나기는 했지만 야권의 지배구조 변화라는 차원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의 필요성과 그 정신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지금, 또 다른 차원에서 야권의 지형변화를 노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 정점에 안철수라는 인물이 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을 예의주시해 보자는 것이다.

 

만약, 그런 움직임이 현실적으로 발발하게 된다면 이들은 보수와 진보를 끌어 모아 잡탕식 중도블럭을 형성하고 새누리당과 양당체제를 형성하여 한국 정치지형을 보수와 중도로 재편할 가능성이 농후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런 가설을 설정하면 할수록, 안철수를 알면 알수록 자꾸 내 뇌리를 파고드는 의문점이 있다. 조그만 후진국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백면서생에 불과한 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마치 '메시아'라도 되는 양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서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우연의 일치요, 시대적 요구라고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도 많다. 그렇다면 누가 왜?

 

누구냐 너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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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