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9. 26. 11:07

문재인후보께서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을 하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 즉,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았던 새가 한번 날면 하늘 끝까지 날아 갈 것이며, 한번 울면 천지가 진동할 것이라는 말씀.

 

근데 그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초나라 장왕(莊王)의 말씀이다. 장왕이란 양반이 왕이 된 후 첫 3년 동안 한 것이라곤 질펀하게 노는 것이 전부였다. 본인 스스로가 멍석을 깔아 놓고 신하들과 부어라 마셔라 서로 뒹굴며 논 것이다.

 

물론, 근엄하신 말씀으로 사전에 이렇게 일러 놓았어 신하들에게 "만약 누구든 나에게 바른 소리 지껄이는 놈은 사형에 처하겠노라."라고.

 

이렇게 잔뜩 겁을 줘 놨으니 다들 침묵만을 지키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신하 중에 오거라는 양반이 참다 참다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왕에게 나아가 아뢰기를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은 새가 있으니 이게 무슨 새인지 아시냐"고 물은 거지.

 

그러자 장왕 왈 "3년 동안이나 날지 않았다면 한번 날면 하늘 끝까지 날겠군. 또한 3년 동안이나 울지 않았다니 한번 울면 천지가 진동을 하겠군 그래. 내 자네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알았으니 그만 물러가거라" 그랬거든.

 

근데 이 일이 있은 후로도 영 변화가 없는 거야. 그러자 이번에는 소종이란 신하가 나섰지. 물론, 장왕은 이렇게 일렀어. "나에게 잔소리 하는 놈은 사형에 처한다고 한 사실을 알고는 있느냐?"

 

그래도 소종은 뜻을 굽히지 않고 아뢰기를 "폐하께서 정신만 차리신다면 이 한 목숨 바친들 무슨 미련이 있겠사옵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장왕이 그리도 듣고 싶었던 말을 드디어 듣게 된다. 그것도 무려 3년 만에.

 

이 일을 계기로 장왕은 주색가무 놀이마당을 접고 정치 개혁에 착수했다는 설로 마무리가 된다. 물론, 죽음을 무릅쓰고 진언을 고했던 오거와 소종은 중용해서 쓰고, 3년 동안 함께 질펀하게 놀았던 간신배 같은 무리들은 단칼에 쓸어버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작전이었다는 말이다. 놀 멍석을 깔아준 것 자체가. 충신과 간신배를 간별 하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쳐 초나라를 강성대국으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앞서 나는 '멍석 깔아주는 문재인' 이라는 글을 썼다.

 

그 글을 써 놓고 하루 정도가 지났는데 문득, 상황이 그때와 아주 비슷하게 돌아간다는 쪽으로 생각이 미친 거다. 이천년 전 중국 초나라 장왕대의 상황과 현재의 민주통합당의 상황이. 게다가 공교롭게도 문재인 후보께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시면서 예로 든 말씀도 그렇고.

 

설마,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대비하고 두신 철두철미한 포석이라고는 믿기지 않으나 어찌되었든 나름의 시사점은 발견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세상사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싶다.

 

그런데 오호통재라. 이런 문재인 후보에게서 장왕 정도의 카리스마가 전혀 보이지가 않으니 어찌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아쉽다. 못내 아쉽다. 결기도 안 보이고, 단호함도 없는 것 같고, 파이터 정신 또한 영 그런 것 같으니, 누가 챔피언이고 누가 도전자인지 전혀 구분이 안가는 이런 모호한 상황의 연속. 답답하다.

 

지금 압도적인 지지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닌데 돌아가는 판세는 그렇게만 보인다. 그래서다. 도토리 키재기식 지지율들을 갖고 있는 후보들끼리 차별화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 좀 해보시길 권한다.

 

뭐, 긴 얘기 필요 없다. 이리 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후보단일화론에 막혀서 그렇다. 다들 애오라지 후보단일화만 바라보고들 있으니 정책인들 만들어 질 것이며, 제대로 된 대선 스케줄인들 나올 수가 있겠나.

 

문재인 후보여!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다. 장왕처럼 3년씩이나 기다릴 시간이 당신에겐 없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여전히 간만 보고 있는 인사들, 간첩질로 당내 분란 일으키는 인물들, 그렇게 쳐낼 사람 모조리 쳐 내고 코드 인사로 대선 캠프를 꾸려 앞만 보고 달리는 길이 대선승리의 길이라 나는 믿는다. 그렇게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거늘 할 일 없이 시간만 죽이고들 있으니 어이 답답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제라도, 안철수와도 대립각을 세워 차별화 하고, 여당 후보와도 강하게 붙어 부패청산 · 기득권해체 · 경제민주화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길만이 지지율 올리고 경쟁력 살리는 승리의 길이라 확신한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시간이.

 

후보단일화라는 잿밥에 눈이 먼 '당내쇄신론'에 발목이 잡혀 후보선출 후 열흘의 시간을 허비한 결과다. 잘 생각해 보자. 지금 국민들은 不飛不鳴(불비불명)한 새 한 마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럴 여유조차 없음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不拔不切(불발부절) 즉, 여태껏 한 번도 꺼내본 적 없고, 한 명도 베어본 적이 없는 검(刀). 변혁과 혁신의 이 보도를 들고 춤을 추어라. 칼춤을 춰라.

 

그 칼로 어쭙잖은 정치적 메시아도 베고, 구태의 망령도 베어 버려라. 그리고 민주통합당 내의 쇄신에도 칼을 벼려라. 당 내에서 쇄신을 주장하는 세력도 결코 쇄신에서 예외일 수 없다. 혁신과 변혁에 반하는 세력은 모조리 베어 버려라. 이게 국민의 요구다. 나는 그리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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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