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9. 27. 10:56

 

정치의 수준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듯싶다. 그래서일까? 국민은 딱 그 수준의 정치지도자를 갖게 된다는 명언도 있다. 수원수구(誰怨誰咎)라 함이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

 

단적으로 학생은 실력으로 말해야 하고, 사업가는 사업 성과로 말해야 하고, 정치인은 정치적 결과물을 갖고 평가 받음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간혹 이런 것이 완전히 무시되는 현실을 심심찮게 보게 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난 그 대표적인 예로 안철수 현상을 든다. 개인적으로 안철수씨에게 억하심정 같은 것 없다. 성공한 사업가로 존경도 한다. 그런데 정치인 특히, 대통령후보로서는 별로 인정을 못하겠다. 정치인 안철수로 보여준 게 전무하기 때문에 그렇다. 국회의원 정도 출마하는 것이라면 긴말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니, 이건 좀 심하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일어날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도 상한다.

 

지금 안철수 후보가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자신이 왜 이토록 엄청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가에 대한 해석의 문제라 보면 되겠다. 난 그 지지의 이유가 앞서 거론했던 정치인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물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지 않는다. 이는 누구나가 그리 생각할 문제라 본다.

 

그렇다면 사업적으로 성공을 해서?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어디 안철수 하나뿐인가?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연세들이 너무 많다고? 그럼 이재용 다음 회장은? 네이버 오너는 왜 안 되는데?

 

인기가 많기로 한다면,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이 압도적이지 않은가? 이 또한 아니라고 본다. 그럴 것 같으면 박지성 선수나 개그맨 유재석 또는 가수 싸이가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그 보다 못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현상의 이면에는,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음에도 도덕적이며 깨끗하고 인간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안철수에게는 성공한 사업가의 이미지와 함께 도덕적 엘리트라는 마법이 걸려있다.

 

쉽게 말해 환상이라는 말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게 정설인 마당에 독야청정 이슬만 먹고 산 사람의 이미지를 하고 선거판에서 살아 남아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물론, 본인 스스로도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려해서 털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마 시점을 상당히 늦췄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시간을 벌려고 했을 그 시간에 차라리 본인 스스로가 털 것은 털고 나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상당히 크다.

 

괜한 소설로 국민들에게 환상만 잔뜩 심어 놓을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진솔하고 솔직한 고백이 안철수의 '생각' 속에 들어 있었더라면 대통령 후보로서의 그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르겠다. 그런 고백을 듣고 실망해서 등을 돌릴 지지자도 분명히 있기는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심성이라는 게 그렇게 야박하지만은 않다. 드라마에 눈물짓는 현실을 보라. 그게 인간이다. 만약 그렇게 했더라면 우선 나부터도 그에 대한 인식을 바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듯 환상에 의한 거품이 잔뜩 부풀어 있으니, 사소하다 싶은 것 하나에도 민심은 동요를 한다. 어제는 일부 언론에서 안철수씨 부인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건이 보도가 되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당시에는 다들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자연인 안철수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다. 그때는 다들 그렇게 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철수라면, 게다가 도덕적으로 완벽할 것 같은 깔끔이미지로 포장된 안철수에게는 있어서는 안 되는 추문이다. 결국, 알고 보니 성공한 다른 놈들과 별반 다를 게 없네라는 쪽으로 국민여론이 형성이 되면 그걸로 끝이다.

 

측근 참모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하니 사실이기는 한 것 같고, 오늘 본인이 어떤 식으로든 언급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앞서 얘기했듯이 "그때는 다들 그렇게 했고, 또 거래했던 부동산에 일임했는데 그쪽에서 그렇게 해주어 그러려니 했다. 암튼 본의 아니게 국민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뭐 이런 뉘앙스의 기자회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 환상은 실체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사욕에 눈이 멀어 힘없는 국민들을 현혹하지 마라. 추석 연휴가 끝난 후의 안철수 지지율이 몹시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이후의 그의 행보 역시. 글쎄다, 추석을 전후해 아주 크고 센 놈이 나타나 안철수 추문을 잠재우려 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지켜보자.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