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10. 10. 16:10

 

대통령 · 총리 권력분담 하자. 안철수 캠프에서 내 놓은 야권단일화의 한 방향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하는 권력분담은 야합이다. 그리고 꼼수다. 그래서 나는 반대다.

 

한 마디로 말장난에 불과하다. 나는 어제 올린 글에서 내각책임제라는 방식의 대통령 선거 시스템을 주장한 바 있다. 어떻게 보면 양자가 서로 비슷해 보이는 측면이 있어 오해의 소지가 상당히 크다.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자, 내가 말하는 내각책임제 방식의 대통령선거 시스템은 정체성이 같은 인물들끼리의 정책 연합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서 내각을 구성하는데 어찌 나와 전혀 색깔이 다른 인물을 장관 자리 후보로 선택할 수 있겠나 말이다. 그래서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책의 공유 정도가 되겠다. 내각 후보로 추천 받은 인물은 몸만 오는 것이 아니라 정책 역시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안철수 캠프에서 주장하고 있는 권력분담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권력을 분담'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권력분담인가? 답은 하나, 정권을 잡기 위한 권력분담이다. 역시 문제는 '권력을 잡아서 뭘 할 건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 또한 명쾌하지 않은, 오직 권력욕에 입각한 권력분담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사람의 정치적 견해라는 것을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기에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겨우 살펴볼 수 있다는 게 급조된 듯 한 안철수의 '생각' 이라는 책 한 권 정도가 전부다. 이제까지 삶의 궤적 속에 국정을 책임지고 국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준비나 그런 고민의 흔적은 하나 없고, 오직 돈벌이를 위한 기업 운영에만 매달려 왔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 후보라고 나타나 정치개혁을 외치고 다닌다면 그 진의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동안에는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 나타나서 정치개혁을 말하고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하는가? 게다가 정치쇄신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야합이라는 구태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그뿐인가? 아직 제대로 검증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유사 이원집정부제' 형식의 시스템을 당장 차기 정권부터 도입코자 하는 의도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 지형 하에서 상호 정체성을 무시한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 분담은 당연히 대통령의 권한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적극 경계해야 하는 점이다.

 

저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이렇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권력을 부담해 행사하자는 것인데, 역으로 지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도 사회개혁, 정치개혁, 재벌개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판인데 그 힘마저 약화시켜 버린다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양극화 심화와 소득불균형으로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방식의 '권력 나누어 행사하기'가 현실화 된다면, 이는 국가로 보나 국민으로 보나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 개개인이 위임해준 권한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은 국민 과반수 이상의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자리라는 말이다. 그러니 어찌보면 제왕적인 게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단, 그것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소지는 다분히 있다. 지난 역사가 이를 잘 증명하고 있으며, 서글프게도 우려가 현실이 되어 있는 오늘을 우리는 살고 있다.

 

설사, 그렇다고 해서 그 권한을 축소 또는 폐지하려함은 국민의 권한을 축소 또는 폐지하려 함이라는 오해를 받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점 또한 강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천년 유구한 역사 속에서 민주정부는 이제 겨우 10년이다. 아직 이 땅의 민주와 평등 · 복지의 수준은 보잘 것 없는 형편임을 잊지 말자. 그런 점에서 우리는 너무 배가 고프다. 더욱 '강력한' 대통령제 하의, 더 더욱 '강고한' 대통령의 의지가 절실히 필요한 한 이유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의 문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자 하는 바른 인물이든, 그렇지 않고 남용에 눈이 멀어 개인치부에만 혈안이 된 부도덕한 인물이든, 그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은 국민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고로, 이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국민의식의 문제라는 점에 해법의 어려움이 있다. 깨어 있는 당신이 애국자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