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10. 11. 12:10

 

오늘 아주 의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유권자 912명을 조사한 내용이다. 표본수가 좀 적기는 하나 추석 연휴 이후 나온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추석 민심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지지율이 적게나마 상승한 반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공동으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자, 잘 보자.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과 안철수를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단일화에 목을 맨 결과다. 단일화를 전제로 두 사람이 대통령후보로 출마를 했으니 둘은 몸만 다르다뿐이지 국민들이 볼 때는 쌍둥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역으로 말하면, 이는 지지율 추이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둘 중 누구를 공격해 검증이라는 방식으로 난도질을 하더라도 이는 둘 모두를 잡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뿐인가? 새누리당에 의해 안철수 후보가 검증받고 있을 때, 문재인 진영은 후보단일화 대상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예우 차원에서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니 이는 활활 타는 용광로에 기름을 들어붓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한 마디로 새누리당 선거를 도와주는 꼴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하나를 때려 둘을 잡는, 그야말로 일타쌍피와 같은 형국이다. 요즘 같이 새누리당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또는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면 선거 전략 전반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 문재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후보단일화'여서는 곤란하지 않나?

 

그래서다. 새누리당이 당내 분란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이를 적극 공략 못하고 단일화란 이슈에 선점당해 무기력하게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송호창 의원의 탈당이 결국은 새누리당을 도와준 꼴이 되고 말았다. 많이 아프다.

 

자, 늦었지만 이제라도 단일화란 명분에 발목이 잡혀 초록은 동색 수준에서 접근하려 한다면 이는 박근혜 후보 지지율 올려주는 일 밖에 되지 않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설사,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단일화가 결정되는 순간까지는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는 투지로 일관해야 한다.

 

여기서 세세하게 안철수 후보와 관련된 검증 내용의 문제점이나 그것의 옳고 그름을 거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본 글의 의도와도 맞지 않거니와 찾고자 한다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캠프 및 민주통합당이 지금처럼 안철수 후보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저쪽에서 이쪽 의원 빼가기를 하더라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이런 소극적이며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하려 한다면 이는 자칫 선거 포기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만은 강력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되도 좋고, 저쪽이 되도 좋고 - 이렇게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 해서야 어디 지지자들인들 절박함으로 뭉칠 수 있겠으며, 국민들인들 확고히 지지의사를 보내 줄 수 있겠나? 관전자 입장에서 볼 때, 격투기 경기 중에 가장 재미없고, 관중 짜증나게 하는 경기가 둘 다 싸울 의지가 별로 안 보이는 아웃파이터 끼리의 싸움인 경우다.

 

선거라고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피아 구분 없이 가다가 둘 다 지지율 반 토막 난 뒤에, 그리고 이미 대세는 박근혜로 자리 잡았고, 시간도 별로 없는데 그때 가서 단일화라고 해서 하나로 되어 본들 용빼는 재주 없이는 박근혜 후보를 절대 이길 수 없다. 단일화가 모든 것을 다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크나 큰 착각이다. 안철수를 버려라 그래야 문재인도 산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