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여 행2012. 10. 19. 19:42

 

세상에는 참 행복하게, 게다가 사는 듯이 사는, 그런 사람들도 많다.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 말이다.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할 만한 부류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장기간 여행하면서 사는 사람들 아닐까 싶다. 대중의 로망.

 

그러나 그것도 생각이 현실로 돌아와 버리면 당장 내일 일에 발목이 잡혀버린 채 사고의 진행은 딱 거기까지 만이다. 부럽다는 것.

 

어쩌면 여행이라는 게 인간에게 매력덩어리로 된 것은 인간의 삶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그만두고 한곳에 정착하면서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정착 후에 찾아온 무료함.

 

오늘 인터넷 뉴스에 보니 온가족이 함께 장기간 해외여행 중인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댓글로 달려있는 부러움과 타박성 글들.

 

나도 부럽다. 부러웠다. 여행. 늘 꿈꾸는 것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현실은 내가 이 자리에 없으면 안 된다는 것. 그게 문제다. 그럴 땐, 그냥 이렇게 읊조려 주어야 한다. 사람이 적당히 잘 나야지 너무 잘나도 안 돼.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단 말이야. ㅋ

 

그렇게 스스로에게 위안거리를 던져주고, 현실과 타협을 하며 사는 삶의 연속이다. 오늘도.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그건 당신 생각이고. 왜? 부러움까지만. 질투나 시기는 NO.

 

살아보니 그래. 어릴 때는 정말 4촌이 땅을 사도 배 아픈 순간들이 많았고, 남들 잘 되는 것에 무척이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했는데 나이가 드니 생각도 좀 바뀌더군.

 

서로가 잘 벌고 서로가 잘 살면 그 또한 해피하지 아니한가! 이렇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남 잘 된 일에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축하의 인사를 해 주게 되었어. 물론, 부럽기는 하지. 허나 거기까지만. 그러니 인생 아주 해피해지더군.

 

여행이란 것도 마찬가지. 가고 싶어서 죽겠는데 그게 쉽게 가 지는 게 아니니까 우리의 로망인 게지. 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맘대로 맘껏 갈 수 있는 게 여행이라면 그것으로 매력 끝. 로망에서 아웃.

 

그리고 또 여행 여행 입버릇처럼 하다가도 막상 떠나보면, 뭐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변형된 현실의 연속. 글쎄, 집과 직장으로 이어지는 다람쥐 쳇바퀴식 삶에서 탈출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인정.

 

여기에 몇 개 더 보태자면 보이는 것, 느껴지는 것, 먹는 것, 생활하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공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 거기서 오는 시선함과 새로움 정도. 물론, 그 쏠쏠한 재미가 여행의 최고 묘미.

 

사람이 밥(쌀)을 먹지 않으면 죽는 줄로만 알았던 내 선입견이 깨진 것은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을 여행하고부터였다.

 

삼겹살을 먹던, 갈비를 뜯던 꼭 밥 한 공기 정도는 가볍게 비워주어야 비로소 한끼 식사 제대로 한 것만 같았던 나의 쌀 주식 문화가 단지 습관에 불과했다는 사실, 인간은 고기만 먹고도 살 수 있는 동물이로구나 하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 것 역시 그때로, 내 나이 제법 되어서였다.

 

또한 서양친구들은 다들 키가 180은 기본으로 넘을 것이라는 나의 착각을 깨준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진짜 다들 큰 줄만 알았더니 175 정도만 되어도 그냥 중간 이상은 가겠더구만. 그런 것도 모르고 스포츠 중계 때마다 우리는 작아서 안 된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 또한 무리는 아니었지.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또는 "우리는 작은 나라라서..." 이런 멘트를 아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의 뇌 속에 들어있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야?

 

(지금부터 개콘버전)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남한 인구 5천만, 남북한 합치면 약 8천만. 절대 작은 나라 아니다.

 

지금처럼 세계 10위권 경제규모 유지하는 것 당연한 거고, 올림픽에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 또한 당연한 거고, 한류가 세계를 누비며 싸이의 오늘을 만들어 준 것 역시 당연한 정도의 규모를 가진 나라야, 대한민국은. 그렇게 안 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지. 그러니 더 이상 오해하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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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 여행 중이시오?

 

참말로 부럽소. ㅋ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