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11. 1. 11:36

 

세상에는 참 웃기는 일들도 많지. 월드컵 예선전이 한창일 때를 가정해서 설명해 보지. 지구상에 대한미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어. 그 나라 축구 대표팀이 계속 죽을 쑤자 대한미국 축구협회는 홍길동 감독에게 전권을 일임했어. 알아서 선수 구성해서 알아서 싸워서 월드컵 본선에만 제발 진출해 달라고 애원하며 말이지.

 

홍길동 감독은 자신이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해외파를 포함한 경험 많은 노장들 위주로 팀을 구성했어. 그리고 어렵게 본선 진출에 성공을 했지. 그랬더니 그동안 조용했던 대한미국 축구협회가 간섭을 하기 시작하는 거야. 노장 위주로 팀을 구성하니 체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대거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라고 압력을 넣기 시작한 거지.

 

뿐만 아니라, 그동안 홍길동 감독과 함께 대표팀 관리를 맡았던 코치진을 전부 교체시켜 버렸어. 명분은 대표팀 쇄신이었는데, 솔직한 속내는 홍길동 감독과 생각이 맞는 친한 사람들로만 코치진이 구성되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어.

 

게다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프로축구 우승팀의 감독인 임꺽정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저울질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여차하면 홍길동 감독을 경질하고 월드컵 본선은 임꺽정 감독에게 맡길 심산이라는 거지. 참 골때리는 대한미국 축구협회의 행태야.

 

그런데 누가 봐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런 시나리오가 과연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일까? 아니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현재 우리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고, 또 벌어졌었다. 정치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멀리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 문제가 그 하나요. 가깝게는 지금 민주통합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쇄신파인가 뭐시기인가 하는 양반들의 지도부 총사퇴론이 또 그렇다.

 

까놓고 얘기해서 문재인씨가 대통령후보 될 때는 손 놓고 있던 양반들이 그가 대통령후보가 되니, 다들 나서서 그동안 문재인를 도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떼쓰고 있는 거야. 지들이 나서서 다 하겠다는 거지. 긍께, 말이야 막 걸리야.

 

저들의 저런 행태야 말로 구태의 극치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후진적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잘 돌아 봐. 언제나 저런 모습이었다고. 그러다 보니, 대통령후보로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그놈의 단일화 압력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고 말이야.

 

자기들이 미는 인물이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반드시 다른 인물을 대체재로 써서 단일화 요구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철새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거 아주 공식이잖아. 저들 논리를 좀 비약해서 설명해 보자면 여권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내각은 야권인사들로, 야권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내각은 여권인사들로 구성해야 된다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예끼 여보시오들. 그럴 것 같으면 뭣 하러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뽑소? 그냥 하루 날 잡아서 색깔이 비스므리하여 야권 후보로 출마하고자 하는 인물들 다 한 자리에 모아 놓고 거기서 결정하고 말지. 시간 낭비에 돈 낭비 아니냐는 얘기야.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승복의 미덕을 좀 배워라. 정 승복할 수 없겠거든 생각을 바꿔 코드를 맞추든가. 자기와 생각이 맞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중요한 자리에 앉히고, 그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거야. 아니, 어떻게 정책과 비전이 다른 사람을 데려다가 함께 일을 할 수 있겠냐고요. 즉, 정치에서도 코드 인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일을 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선거라는 형태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받게 되는 것이고 말이야. 코드인사 써서 잘 했으면 다음에도 또 일할 기회를 부여 받을 것이고, 못했으면 짐 싸들고 낙향하든가 절치부심 다음을 기약하든가. 그게 정치 아니야?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