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2. 11. 13. 18:26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글쎄다. 그렇게 해서 그 한 몸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세상에 그런 것은 흔치 않다. 더불어 사는 사회인데, 남들 다 힘들어 죽겠다고 난리인 때, 나만 홀로 독야청청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음을 이만큼 살아보니 알겠더라. 우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그들이라면 또 모를까...

 

그런데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오로지 부자만 되게 해주면 모든 게 다 용서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인간적인 맛은 점점 사라져 가는 것만 같고, 하루하루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소식 또한 광기 아니면 실의에 찬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뿐이다.

 

절망은 현실의 어려움에 있지 않다. 그 보다는 오히려 미래가 깜깜하고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 삶에 대한 회의감은 우리 곁으로 밀려온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현실이야 어떻게든 헤쳐 나가면 되게 마련인데, 그 이후에 찾아올 미래 또한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미래라면 어떤 힘으로 오늘을 참고 이겨내야 하겠는가? 어렵다.

 

그래서 간혹 우리의 삶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대체 끝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을 것처럼 길고 캄캄한 터널 안에서 길을 찾는 조난자는 저 멀리 한 줄기 빛이라도 보인다면, 그는 살 수 있다. 하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 공간에 온통 암흑뿐이라면 그의 의식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사실, 때가 때이니만치 이런 글 쓰기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래서 중간 중간 글을 쓰다가 쉬는 타이밍이 길어지곤 한다. 나는 글 쓰는 성향이 한 번 시작하면 순식간에 끝내치우고 마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나야 다시 한 번 수정이라도 한다.

 

그런데 이번 글은 시간이 좀 걸린다. 그 이유는 남들은 다 희망찬가를 부르고 있는데, 그 속에서 나만 별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부푼 저들의 희망에 혹여 부정이라도 탈까봐서다.

 

요즘,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가 화두다. 단일화만 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한다. 모두들 희망에 들떠 있다. 그런데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래서? 그렇게 해서 정권이 바뀌면 뭐가 달라지는데?

 

뭐가 달라지나?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달라질지. 돌이켜보자. 지난 2002년 정권연장과 총선승리에 대한 기쁨도 잠시. 끝내 열린우리당은 해체되었고, 정권은 다시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당시, 열린우리당이라는 절대 의석과 진보 정권이라는 꽤나 괜찮아 보이는 조합 하에서도 민감한 사회적 의제에 대한 법안 처리 및 개혁 작업의 성과는 아주 미미했다. 준비 부족 탓에, 경험 부족, 거기에 각 계파의 진영논리까지 가세하여 아쉬운 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미래라는 이름 하에 서서히 잉태를 준비하고 있는 차기 정권은 어쩌면 그때보다 더한 짬뽕식 '물과 기름 정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든다. 민주통합당에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출신들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제3지대가 모여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이겠나?

 

가다 보면, 그래 이렇게 가다 보면, 빈부격차는 나날이 확대된 채 그대로 고착화 되어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고, 정치는 일부계층의 세습화 도구로 전용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그렇게 상위 1%의 국민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리고 하루 세끼 빵값에 만족하며 끼리끼리 오순도순 궁핍스럽게 살아가는 99%의 궁민들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들 두 계층 간에는 뛰어 넘기 힘든 울타리가 쳐질 것이니, 이를 우리는 '서민우리'라 부른다.

 

적당량의 빵에 만족하며 단지 배만 고프지 않은 한 마리 돼지로 살고자 하는가?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을 지키며 사람답게 살 것인가? 선택의 기회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