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1. 14. 17:09

어쩌면 지난 대선은 큰 힘 들이지 않고 지역주의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지 모른다. 가보지 않은 길이니 그리 표현할 밖에 달리 도리가 없기에 가정법을 쓴다.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제1의 개선 과제는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일이다. 바꿔 말하자면, 정치 쇄신보다는 유권자 쇄신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요즘 상당수 언론에서 정치쇄신 · 정치인 때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그게 다 인양 받아들인다면 자칫 미디어의 노예가 될 수 있다. 그러한 논조 이면에는 국회(정치) 무력화를 통한 당선인 힘 실어주기라는 차원의 전략적 사고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자, 그래서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면 부산과 경남지역에서의 뜨거운 지지가 일정부분 의미있는 작용을 해 앞으로 한국 정치사를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 즉, 지역주의 해소(유권자 쇄신)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로 만들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오늘 민주통합당 비대위는 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용 삼배를 올렸다 한다. 대선 패배라는 엄중한 반성을 담은 그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다지 환영할 일 또한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볼 땐 그렇다.


당신들이 대국민 사과를 함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48%가 사과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 점 백배 사죄해도 부족하지 않지. 하지만 사과는 진심을 담은 단 한 번으로 족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쪽팔려서 죽겠다. 그래 난 문재인을 찍었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를 찍어 정권교체에 실패했어. 그럼, 문재인 찍었던 사람들은 다 사과하고 반성해야 해. 더 이상 사람 쪽팔리게 만들지 마라. 문재인을 찍었던 48% 지지자들이 진정 원하는 게 과연 사과일까? 도둑놈 제 발 저린 꼴이라니...


정말, 욕먹어야 하고, 반성해야 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참회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역주의에 매몰되어 묻지마식 투표를 한 사람들이야. 그런식의 투표 행위야. 그걸 지적하지 않으니 항상 앞이 안 보이는 양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으로 끝이 나고 마는 거지.


그리고 두 번에 걸친 민주 개혁진영의 대선 승리 역시 까놓고 말해서 유권자의 승리였던 것은 아니잖아. 전략과 전술 그리고 후보의 탁월한 선택의 승리였지. 그렇지 않나?


표 분석을 해 보면 말이야 유권자들은 똑 같이 지역주의적 선택을 했었어. 단, 그 지역주의의 일부가 이쪽으로 왔던 것에 불과했던 거고 말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 하다 보니 이 지역주의의 역이용이라는 견제 장치 없이 싸워서 패했던 것이고.


물론, 분위기가 좋았던 때도 있었지. 하지만 그렇게 부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그 동안은 관망세였던 수도권의 지역주의표가 들고 일어났던 거지. 상대가 경상도의 아이콘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패배였다고 봐 나는. 그리 본다면 박근혜는 엄청 강한 상대였던 셈이다. 대한민국 최강이라는 지역주의의 아이콘이었으니 말이지.


지금 민주통합당은 사과와 반성 그리고 책임론이라는 실체도 모호한 계파 주도권 논쟁으로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원죄는 지역주의였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그걸 깨야 할 것 아닌가? 바로 그런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번 대선에서 뜨거운 지지를 보여주었던 부산 경남으로 아예 지도부를 옮기는 방안 즉, 지역주의 타파 올인 전략 또한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그쪽에 연고가 있는 의원이나 진보개혁진영 인사들은 생업을 팽개치고라도 그리로 달려가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그곳에서 5년이고 10년이고 일가를 이루고, 씨를 뿌리고, 김을 매야한다. 당신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걱정하고 있다면 말이지. 밖에서 아무리 지역주의 타파라고 악을 쓰고 외쳐봐야 유권자의 선택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처럼 이랄까? 제2의 상록수라고 할까?


전에 없이 높은, 이만큼 지지를 받아 놓은 지금, 민주통합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산 경남 지역의 지지율이 상승할 수도 아니면 다시 예전의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 친노책임론이라는 마타도어에 부산 경남은 가슴에 피멍이 든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흑묘백묘라 했다. 그렇다. 다시 문제는 지역주의 극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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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