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4. 19. 15:45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라는 맥킨지가 내 놓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위기를 진단하는 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산층 복원이다, 또는 북핵보다 경제성장이 핵심이다 등등 다양한 해설 및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그 여러 의견들 중에는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의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변명성 글들도 난무하기에 비판적 접근 또한 필요한 듯 보입니다.


맥킨지 보고서 중에 저 역시 관심이 가는 것은 부동산(주택) 문제와 사교육 현실에 관한 분석내용입니다. 저 또한 이 두 문제가 갖는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이 부분과 관련한 제 나름의 생각을 적어볼까 합니다.


인갑답게 살고 싶다는 염원은 젊은 날,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세대를 관통했던 중심 사상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 어떤 거창한 구호나 이념보다도 직접적이며 현실적이었기에 ‘인갑답다‘는 것에 대한 부연설명조차 불필요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랬기에 그 의미에 대한 답 찾기 또한 각자의 몫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지천명을 눈앞에 둔 지금, 불행하게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그 염원은 오히려 과거보다도 더 절실한 해결 과제인 채로 제 삶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분명 물질적인 풍요는 주변에 가득 넘쳐나 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만 같은데, 그것들이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버리니 현실적 박탈감은 훨씬 크기만 합니다.


저는 인간답다는 말을 여유로움으로 이해했습니다.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는 믿음 같은 것 말입니다. 여기서의 여유로움이란 단순히 경제적인 많고 적음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설사, 경제적으로 여유롭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삶 전체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음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해결 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한한 인간 욕망으로 인해 그렇다고 여겨집니다.


모두가 부자 되기에 발 벗고 나선 세상에서 도대체 부자의 기준은 어디까지이며 어느 선에서 만족하면 되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기에 죽는 순간까지 달려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인 듯싶습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질주처럼 말입니다.



1. 주거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입니다. 특히, 사회 문제이자 부자되기의 핵심에 있는 부동산을 버려야 비로소 대한민국에 행복의 웃음꽃이 활짝 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아파트가 로또인 시대는 이제 지나갔습니다. 물론,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은 몇 십억 재산을 모으는 행운(?)을 거머쥐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아파트를 재산축적의 수단이 아닌 주거의 수단으로 접근해야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질 수 있습니다.


로또 부동산을 앞세운 투기 광풍이 오늘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렇게 일그러뜨려 놓았음을 가슴 아프게 받아드리고, 부자 되기가 아닌 함께 나눠 갖는 문제를 다 같이 고민할 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찾아옵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파이를 키워야 그 파이를 나눠 갖자고 할까요? 또 그런 세상이 정말 오기는 할까요? 그렇다면, 잔뜩 곳간을 채워 놓은 채 아직도 만족할 줄 모르는 대기업과 재벌들의 행태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언제가 되어야 저들이 우리에게 나눠 갖자며 손을 내밀어 줄까요?


단언컨대, 그런 시대는 죽었다 깨어나도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행동하지 않는 한 저들의 탐욕적 축적행위는 멈추지를 않을 것입니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평일 6시면 퇴근을 해서 자기 개발에 투자를 하고, 한 달 정도 연차를 내서 배낭여행에 나설 수 있는 세상. 결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은 아님을 믿습니다.


발상의 전환은 이럴 때 발휘하라고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주택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 그것은 주택을 주거의 공간으로 보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돌이켜 보건데, 한국인들이 다들 다른 민족보다 집에 대한 애착이 아주 강해 오늘과 같은 부동산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가 돈이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다들 대출받고, 전세주고, 위장전입까지 해서 그 대열에 합류했던 것이구요. 잘들 해 드셨습니다.^^


현실이 이렀다보니,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의 전 재산이 아파트에 올인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평균적으로 볼 때, 가계자산의 약 80% 정도가 아파트라고 하는군요. 아파트가격 하락이 중산층 몰락의 전조라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고령화와 저출산, 게다가 노후 아파트 처리 문제가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적 과제가 될 것임을 모두들 인지하고 있음이 현실이기에, 다시 그런 시대가 찾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로또 부동산 및 부자되기에 대한 환상과 미련을 버리고 우리의 주거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때, 삶의 여유가 우리 곁으로 찾아 올 것입니다.


2. 어륀지 영어 또한 버려야 합니다. 저 역시 사교육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사교육문제의 정점에는 영어 중시풍토가 자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일본 여행 다녀오신 분들 중에 일본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많이 불편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일본 국민들이 다 영어를 잘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게 바로 그들의 생각입니다. 국민 모두가 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우리가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요.


그리고 어륀지면 어떻고 오랜지면 또 어떻습니까? 아니, 오랜지 파는 가게에서 어륀지 하지 않았다고 물건 팔지 않는 주인이 있다면 그 가게 물건은 팔아주지 않아도 됩니다. 듣는 상대가 마음만 연다면 "오랜지"라고 발음해도 "어륀지"로 다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경험입니다.


즉, 발음과 억양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자세라는 겁니다. 그렇게 폐쇄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까지를 염두에 둔 어학 공부, 저는 반대입니다.


10여년쯤 전이었을 겁니다. 일본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였는데요. 학회논문 발표를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학교로부터 항공료와 호텔비용을 지원받아서 가는 거라 겸사겸사 유럽 여행(여행은 자비로^^)도 하게 되었습니다.


유럽 횡단 특급열차 예매를 하면서 워낙 먼 거리를 가는 거라 도시락도 함께 예약을 했습니다. 도시락이 배달되고, 음료가 무료 서비스더군요. 쥬스와 와인 중에 선택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와인을 달라고 했더니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중에 고르라고 하기에 레드 와인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기차 안에서 서빙하는 승무원 아가씨가 몇 번을 거듭해서 “왓?” “왓?”만 연발하는 겁니다.


아니, 와인을 달라고 했고, 레드와 화이트 밖에 없으면 외국인이 좀 틀리게 발음을 하더라도 자신은 “왓”이 아니라 “레드 와인이네요?” 하고 물어보는 게 맞지 “왓?” “왓?”만 연발해대면서 ‘R‘ 발음과 ‘L‘ 발음을 제대로 하기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한 서비스 정신, 나아가 소통의 자세 또한 분명 아닙니다. 얼마나 민망하던지요. 언어로 인해 그때만큼 민망했던 적도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다들 영어 잘하기를 위해 모든 인문학적 지식은 뒷전으로 외면해 버린 채, 학원으로 또는 외국으로만 달려가는 사이 우리 젊은 친구들의 인문학적 소양은 바닥을 헤매게 되었으며, 가계 지출 또한 한껏 늘어만 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과과목 전체를 왜곡시켜 버렸음은 물론, 타과목의 학원행까지도 견인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사람만 영어 공부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절단나지 않습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얼마나 써먹겠다고 10년 20년씩 영어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지 실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분들은 취미삼아 하면 됩니다. 그것마저 막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또한 그런 자세로 접근을 해야 오히려 학습 능률도 오릅니다.


그 뿐인가요. 모두가 영어를 잘해야 하는 분위기만 팽배하지, 그것을 실현시켜줄 공교육시스템은 전무합니다.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공교육은 도저히 그것을 따라갈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교육에만 목맨 채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과다한 가계비 지출을 이유로 사교육을 사회적 원흉이자 사회악으로 매도하고 있음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거 분명 정상적인 모습 아닙니다.


대박 부동산과 영어 만능주의를 버려야 가정도 살고, 국가도 삽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