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6. 16. 16:33

 

다운사이징이란 소형화, 감량경영, 규모축소 등을 의미하는 경제용어입니다. 21세기의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벤치마킹·리엔지니어링과 함께 주목 받고 있다고 백과사전에서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다운사이징이라는 게 단순히 경영에만 국한되기 보다는 미래 우리 삶의 일반적·보편적 모습이 되지 않을까라는 점에서 저는 이 용어에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쉽게 개인 총자산만을 놓고 보더라도 우리의 미래가 어떠할 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억억하는 소리 참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억이라는 금전 단위가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고 말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크기도 합니다만, 어찌 보면 억을 우습게 볼만큼 불로소득에 우리가 많이 노출되어 있던 탓도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아파트로 대변되는 부동산 대박주의가 그 하나고, 투명하고 정직하지 못한 사회시스템으로 인해 눈먼 돈(비자금, 촌지, 떡값 등)이 곳곳에서 활개를 친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

 

그냥, 아주 단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공직생활만 30년 한 사람의 총 자산이 어떻게 몇 십억이 될 수 있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제법 있었던 분들이야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만, 그렇지 않고 직장생활이 수입의 전부였던 사람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 후보로 오르는 분들의 재산 상태를 볼라치면 기본이 십억 이상에 몇 십억 이상 되는 분들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직위를 이용한 정보의 활용. 거기에 더해 어딘가로 부터 들어오는 검은 돈이 자산형성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보면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는 점점 이런 것들이 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대박은 로또 아니면 불가능한 시대로 가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시대가 되더라도 지금처럼 억을 우습게 여길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단순계산으로 한 달에 80만원을 10년간 모아야 1억이라는 돈이 만들어집니다. 10년간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꾸준하게 모으기도 쉽지 않은 일이거니와, 사회 초년생일 때는 연봉이 적어서, 결혼이라도 하고 나면 생활비에 애들 양육비가 더해져 월 100만원을 저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우리 일반 서민들의 삶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30년 직장생활에 5억 정도의 재산형성이 어쩌면 앞으로 서민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최고치 자산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마저도 맞벌이 정도는 해줘야 가능하게 될 가정이 훨씬 더 많을테고 말입니다.

 

물론, 지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 현실이기는 합니다. 대한민국 가정의 자산 중 80%가 아파트에 올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 되었든 아직까지는 아파트가 그나마 고공행진 중이어서 명목 자산은 다들 현실보다 높기만 하니 너 나 할 것 없이 중산층으로서의 삶을 즐기고들 있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는 순간 자산의 감소로 인한 심적 충격과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박 환상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우리들의 본 모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도대체 얼마를 더 벌어야 만족할 수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무리를 지어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했던 옛 사람들은 현재의 우리보다 많이 불행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는 학술적 근거는 어디서고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멀리 갈 것 까지도 없습니다. 더 가까이는, 오늘을 사는 세계 각국의 국민들에게 현재 당신의 삶이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그 국가별 행복순은 결코 국가적·사회적 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사고가 잘못되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겠습니까? 냉정하게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의 생활이 설혹 지금보다 조금은 풍족하지 못한 사회로 전환된다고 해서 우리의 행복도 역시 지금보다 많이 떨어질까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스마트폰과 자가용의 편리함이 없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무의미해질까요?

 

도대체 지금보다 얼마나 더한 풍요로움이 흥청망청 넘쳐나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부자가 되어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정말 있기나 한 것일까요?

 

이제 우리가 원튼 원치 않든 우리 자신들의 삶을 다운사이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아무리 좋은 물건들이 만들어지고, 맛나고 폼 나는 제품들이 시장에 나온들 무엇 하겠습니까? 그것을 구매해줄 소비자들의 구매여력은 현저히 떨어져 전혀 뒷받침되지 못할텐데 말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다 부자가 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이런 양육강식의 사회를 꿈꾸고 고집하기 보다는, 다 같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사는 사회를 꿈꾸는 게 진정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지 않을까요? 우리 삶의 다운사이징을 행복의 업사이징 기회로 만들어 갈 지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