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10. 9. 15:51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 할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물론, 쉴 수 있는 날이라 반갑기도 하고 말입니다.

 

일 하려고 쉬나요? 아니면 쉬려고 일 하나요? 저는 잘 쉬려고 일 합니다. 또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아니, 뭐 세상에 일하려고 태어났습니까? 인간답게 사는 것이 죽어라고 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기에 그렇습니다.

 

소위, 선진화 되어 있다고 하는 나라들 중에서도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수위를 다투는 대한민국입니다. 일 벌레로 소문나 있는 일본 노동자들 보다도 더 장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OECD 국가들 중에 우리 뒤에 있는 나라는 멕시코 정도일 겁니다.

 

그럼에도 근로시간 좀 줄이자 하니, 있다는 자들이 두 팔 걷어 붙이고 반대하고 나섭니다. 이거 정상적인 모습 아니지요. 부디, 잘 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현 정권과 전 정권의 갈등 구조 속에서 진행 되고 있는 재보선과 서청원 전의원, 그리고 손학규와 안철수로 요약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손학규와 서청원의 빅매치가 한동안 관심을 끌다가 손학규씨의 불출마 선언으로 다소 싱겁게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냉정하게 본다면 지금 상황에서 손학규씨가 나설 이유가 전혀 없지요. 그렇지 않나요? 그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을 한 겁니다. 손학규씨가 어떤 사람인가요? 지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과정을 복기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 손학규 후보는 문재인 후보로 대변되는 친노를 무지하게 비판했었거든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경포대(노무현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며 비아냥 댄 것을 줄여서 부르는 말) 발언을 만회하기 위한 그간의 모든 노력을 경선기간 며칠 만에 다 까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여기에다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야간 갈등 구조를 대입해 본다면 답이 나옵니다. 현재 보여지고 있는 여야 갈등은 크게 봐서 현정권과 구정권간의 피 말리는 싸움입니다. 구정권이라 함은 물론 참여정부를 말합니다.

 

아무튼, 기세 등등하게 공세적 입장에 있는 현정권과 다소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친노진영의 대결인데, 문제는 이 양 진영뿐만 아니라 손학규와 안철수를 포함해 그 자신들에게 있어 상대는 모두가 적이라는 사실입니다.

 

, 외부에 있는 적의 힘을 빌려 내부의 적을 치려는 한 수가 결코 어색해 보이지 않는 판세라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상황은 칼 자루를 쥐고 있는 쪽에 의해 다른 한쪽인 친노진영이 완전히 불리한 입장입니다. 이번 기회에 야권의 최대 주주이자 차기 대권 유력후보가 있는 세력을 말려버릴 수 있다면 당연히 그 한 수에 유혹을 느낄 만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라는 게 피도 눈물도 없는 승자독식의 세상이라고는 해도 '정도'라는 건 분명 있는 법입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판이 정상적인 권력투쟁의 모습이냐라는 겁니다. 절대 아니지요. 다들 민주주의 위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들 합니다.

 

그렇다면, 정도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까? 나 하나 살자고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을 용인한 채, 권력에 의해 핍박 받고 있는 내 이웃을 외면한다? 이웃을 친 그 칼날이 머지않아 내 목을 향하게 되리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시간은 흐릅니다. 역사의 시계 바늘 역시 쉼 없이 돌아갑니다. 정권은 유한 하지만, 한 사람의 정치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은 지워지지 않고 남습니다. 그리고 많이 맞은 쇠가 단단해진다는 진리 또한 만고불변입니다. 요즘 정치판이 보여주고 있는 가르침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