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10. 29. 19:00

며칠 전, 일본 아사히신문에 재미난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글쎄요. 재미난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씁쓸해 보이기도 하는 그런 내용의 기사였는데요.

 

'렌탈 프랜드'라고 들어 보셨나요? 예 그렇습니다. 친구를 빌려드린다는 겁니다. 저는 그저 단순히 친구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그게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애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사람을 빌려주는 서비스인 셈이지요.

 

가격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11시간에 4만 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5만 원 정도나 하는 것이니 꽤나 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화가 가능하고, 최대한의 예절을 몸에 익혔을 테고 말이지요.

 

이 얘기를 처음 듣는 순간, 여러분들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먼저 스치고 지나갔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륜이나 성(性)과 관련해서 많이들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고독사와 자살, 우울증 · 따돌림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관지어 생각해 본다면 '렌탈 프랜드'라는 말이 다소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던 맥도날드 할머니, 생을 마감한지 무려 5년이나 지나서 발견된 부산의 또 다른 어르신. 상관의 성관계 요구 등 부당한 처사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어느 여군 대위의 죽음에 이르기 까지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만약 그분들 곁에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더라면, 또는 부당함을 호소했을 때 그것을 들어주고 정당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더라면 그래도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점에서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승자가 되어야 하고, 모두가 부자가 되어야 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남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줄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회가 또한 그렇게 그쪽으로 구성원들을 몰아가니 사회의 인정 역시 점점 더 피폐해져만 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친구'가 필요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독거노인 수는 12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한 출산율의 저하로 인해 한 가정 한 자녀인 집도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장년층의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까지 합치면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서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 형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의 '렌탈 프랜드'를 애용하고 있는 한 남성(35살)의 경험담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여자 친구로 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허전한 마음에 렌탈 프랜드를 이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고 밥 먹고 한다는 것에 거부감도 있었지만,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고민을 들어주고 하는 것에 차츰 마음이 동했다. 회사에서는 화를 내는 일도 많이 줄어들고, 사람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물론, 1차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대화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들을 먼저 선행해서 해 봤으면 합니다.

 

글쎄요. 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 또는 누군가만이라도 곁에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쪽에서도 많이 고민해볼 여지가 있는 문제라 사료됩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