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9. 2. 8. 23:43

70년 혹한의 세월 끝에 한반도에 춘풍이 불고 있다. 하도 엄혹한 세월이다 보니 춘풍 또한 고이 훈풍으로만 오지 않는다. 봄바람인 듯 겨울바람인 듯 볼에 스치는 바람의 결이 사뭇 매섭다.


그래도 시계는 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새싹이 돋고 아지랑이도 핀다. 당연하다. 이달 말 경 베트남 어딘가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저런 예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대한 미사일 폐기 압박이다.


역시, ‘핵’보다는 ‘미사일’이었던가 싶다. 미국의 관심사가 말이다. 핵전력의 3대축이라 불리는 무기체계가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그들이다. 운송수단이다. 핵무기라는 게 그렇다. 운송수단이 없으면 지엽적 무기에 불과한 반쪽자리가 되고 만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다 미사일에 더 큰 위협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련 글 ▶ 중국 · 일본 그리고 북 · 미관계: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론적으로 얘기해서, 미사일 폐기가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이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그 제안을 받을 것으로 본다. 


렇게 예측하는 첫째 이유는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이행되고 남과 북이 상호교류하는 단계 그리고 여타 자본이 대규모로 북쪽에 투입되는 상황이 되면 더 이상 북쪽의 문제는 북쪽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된다. 


둘째, 유럽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더라도 그렇다. 유럽의 자유진영 국가 중 핵전력 3대축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정도다. 영·프 양국은 핵무기 보유국이기도 하다. 그들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기술은 있으나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본다. 왜일까? 자신들의 적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으니 그렇다. 미국과는 동맹관계이니 만들 명분이 서지 않고, 물론 그들끼리 전쟁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구소련을 염두에 둔 군사전략상 그에 준하는 무기체계를 갖춘 것이다.


이쯤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일단이 살짝 비춰진 것이다. 평화체제로 이행한 한반도에 있어 잠재적인 적은 원거리가 아니라 근거리에 존재한다. 일차적으로는 일본이다. 그리고 중국이 있다. 물론, 중국은 현재의 방대한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러시아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 보나 그래도 무시 못 할 강국임에는 틀림없다.


어차피 세계는 다극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누구는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어서라고도 하고, 또 누구는 미국의 관심사가 자국중심으로 이행하여 더 이상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거부할 것이기에 그렇다라고도 하나 분명한 것은 그리 된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


우리에게는 구한말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주변 강대국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차이는 상황 말이다. 현재의 전력상 남한의 힘만으로 버텨내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더 절실하고 급박한 이유가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이 4월말까지 시리아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석유라는 에너지 자원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셰일가스가 미국을 에너지 독립국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셰일혁명이라고도 부른다. 미국의 힘이 중동에서 빠지는 순간 앙숙관계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양 진영의 중동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되면 우리도 당장 에너지 수급 문제로 혼란에 빠진다. 아니, 이미 그 이전에라도 어떻게 안전하게 에너지를 운송해 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거리가 생길지도 모른다. 바다라는 운송로가 안전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이라는 경찰력에 의존했던 측면도 크기에 그렇다. 북쪽의 자원을 활용하든, 러시아의 가스를 연결하든, 시베리아를 합작(한국인의 이주를 통한 개발 방식도 고려볼 수 있겠다)으로 개발하든, 시간과의 다툼이다.


우리 주변에서 충돌도 잦아진다. 대륙국가로서 해양(태평양)으로 넘어올 틈만 노리고 있는 중국과 해양대국이라고 하는 일본이 바다에서 다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미국의 패권전략이기도 한 동북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란, 남과 북이 아닌 한반도 평화체제로서의 ‘원코리아’여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세계는 크고 작은 분쟁의 장이 될 것이다. 지킬만한 힘이 없는 자에게 평화란, 강제징용과 성노예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