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0. 6. 18. 20:31

일본이 태풍에 이은 대형 지진으로 피해가 큰 것 같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는 소식도 있고, 사상자 숫자도 계속 늘고 있는 듯 싶고 말입니다. 특히, 희생자의 대부분이 연세 많으신 고령자분들이라는 소식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대형 자연 재해시에 고령자분들의 피해 문제는 사실 일본에서도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일본에 있을 때에도 태풍으로 인해 한 마을 어르신들 10여명이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 문제가 새로운 재해 대책의 과제가 되었는데요.


당시에 저는 우리나라의 몇몇 라디오 프로그램 일본통신원을 할 때라서 이 문제를 몇 번 리포트한 기억이 있습니다만, 아직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듯 보입니다.


재해 문제 선진국이라는 일본도 재해와 관련한 연락망은 아직도 옛 것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 농촌드라마 같은데 보면 마을 이장이나 이런 분들이 방송을 하지 않습니까? 반상회가 있다든가, 비 피해가 예상된다든가 주로 그런 내용의 방송이지요.


그런데 이런 방송 시설이 일본에서는 재해시에 아주 유용한 연락망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 우리가 평소에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의 경우, 대형 재해시에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하는군요. 근처의 기지국이 피해를 입으면 그 일대가 완전히 불통이 되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마을마다 스피커를 달아 놓고 피난권고 등을 내 보내고 있는데요
. 문제는 일본 역시 농촌지역에는 고령자분들만의 단독세대가 많다는데 있습니다. 설사 피난권고를 듣는다고 해도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구요. 게다가 한 밤중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거동뿐만 아니라 보고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고령자분들도 많기 때문에 방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 그래서 그런 고령자분들을 위해 집안에 비상등을 달아 놓기도 합니다. 방송과 함께 비상등이 깜박거리게 함으로써 피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까 간혹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몇 년 전 니가타 지역에 대형 태풍이 상륙했을 때, 군청에서 피난권고를 내렸습니다만, 그만 담당 공무원이 실수로 한 개 지역을 빼 놓는 바람에 그 지역 고령자분들이 많은 희생을 당했던 예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자연재해와 관련한 피해는
, 우리에게는 마치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우리도 이제 여기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 놓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왜냐하면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늘고 있는 현실에 더해서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의 사회적 모습이 그 이유가 될 겁니다.


어쩌면 오늘 일본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재해와 고령자피해’ 문제는 몇 십년 뒤 우리의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 아닌가 싶습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