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0. 6. 19. 01:33

야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정치는 자민당. 일본 국민들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입니다.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혼자 건너는 것은 무섭지만 여럿이 함께 건너면 괜찮다는 우스갯소리 말입니다. 일본 국민들의 대중 일체감에 관한 좋은 보기로 거론되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한 10년 전쯤부터 일본 국민 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힘을 쓰지 못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일본 국민의 정당인 자민당이 일당 독주 체제를 끝내고 야당인 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주게 생겼다고 하는군요.


1955년 당시, 하토야마 이치로의 민주당과 요시다 시게루의 자유당이 통합해서 만든 당이 자유민주당 즉, 자민당 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무려 54년 동안 지탱해 오던 거성 자민당을 무너뜨린 게 바로 자민당 창당의 주역 하토야마 이치로의 손자 하토야마 유키오가 되는 셈이군요. 재미있습니다.


이번 일본 정계의 정권 교체와 관련해서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판이 참 뜨겁습니다. 드디어 일본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긍정론에서부터 자민당이나 민주당이나 그 밥에 그 나물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촌평들이 언론과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우선, 제 개인적인 생각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는 말도 있듯이 분명 일당 독주 체제는 온갖 비리와 부정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고, 평생 여당의 구성원이라는 안일함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 개발에 소홀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크나 큰 손실임에 틀림없겠지요? 그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건전한 경쟁 상대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많은 분들께서 왜 지금, 일본 국민들이 민주당이라고 하는 변화를 선택했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간단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일본 국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의 적절하게 민주당이 적당히 보수화되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이제 일본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본을 맡겨도 좋을 만큼 민주당이 보수화 되었다는 것이지요. 즉, 일본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을 만큼 자민당과의 색깔 차이가 크지 않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경험한 일본 사회는 변화와 개혁을 주창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다이내믹한 동적인 사회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동적인 사회가 되려면 그걸 추진하는 추동세력이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개인들의 연합체여도 좋고, 진보 개혁 세력이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과연 이걸 담보해 낼 여력 있는 개인과 세력이 일본 사회에 존재할까요?


절대로 일본 사회를 폄훼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는 그게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자민당 정권 54년간 이미 엄청나게 많은 진보 개혁 세력 및 구성원들이 탄압과 차별 아래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1980년대 나카소네 내각이 들어서서는 신자유주의 경제라는 명분하에 공기업을 민영화시킴과 동시에, 당시 평화운동과 민주주의 옹호 운동을 이끌어 오던 '일본 노동조합 총평의회'를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 세력을 분열시키고 약화시키기 위한 각종 공작을 감행함으로써 결국은 노동운동 세력의 분열 및 우익화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주변국과의 갈등 조장 정책- 북한 때리기, 한국 · 중국 ·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 - 등을 통해 자국민에게 애국심을 호소함은 물론, 건전한 시민 사회 세력이 성장 ·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원천 봉쇄해 왔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후 6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사회는 한참이나 오른쪽을 향해 서 있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은 자위대의 해외 파병은 물론이고, 헌법이 부정하고 있는 군대 보유조차도 정당화 하려는 야욕이 결코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된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이 시민 사회운동 하기에 참 어려움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지만 평등이나 자유와 같은 절대적 가치 창조에는 금기가 없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일본에는 모두가 금기시하며 거론하기를 꺼리는 몇 개의 특수 영역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천황 문제와 야쿠자 관련 사항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언론조차도 다루기를 겁내는 완전 금기 사항들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는 다 보수우익 세력과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천황을 절대 신성시 하는 보수 우익과 야쿠자는 공생의 관계입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가치와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할까요. 이러한 금기들은 외면한 채 신념에 충실 한다는 것,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또한 정치권 아니겠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일본 민주당은 짬뽕 정당입니다. 몇 개의 정당과 정치 연합들의 결성체로 1998년 창당 되었습니다. 그동안 숱한 부침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정권 교체라는 대업을 이루어 냈습니다만, 앞으로의 행보가 그렇게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보수 우익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자민당과 경쟁 체제를 확고히 하고 건전한 라이벌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테니까요. 마치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서로 정권도 나눠 갖고 선의의 경쟁을 합니다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다른 점이 눈에 확 띄지는 않잖습니까? 바로 그정도가 되어야 민주당은 보수 양당 체제 구축에 성공하는 것인데, 그런 체제가 되었을 때 그런 그들이 정권을 잡는다 한들 얼마나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에 너무나 큰 기대도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구요. 중요한 것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상생, 그리고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대일외교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