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0. 6. 19. 01:39

어제 저녁에 서울 · 경기 · 인천 지역에 지진이 일어났었다고 하지요? 진도3 정도라고 하던데요. 저도 아침에 뉴스를 보고서야 지진이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어제 저녁 그때 저는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뭔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흔들리는 느낌이 들기에 아마 위층에서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렸는가보다 했습니다. 설마,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나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유비무환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웃 나라 일본은 지진이 아주 일상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진도 생활 속의 일부라고나 할까요?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면 심심치 않게 지진 속보를 볼 수 있고, 더 직접적이게는 자신이 몸소 체험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그런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진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까 지진에 대한 공포도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빌딩이나 가옥이 좀 흔들리는 것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들을 하시는 분들이 많음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막상 경험해 보면 그 공포감이 장난 아니게 큽니다. 저는 일본에서 생활할 때, 5층 건물에 4층이 제 방이었는데요. 그 흔들림으로 인해 자다가 깬 적도 한 두 번이 아니고, 몸을 가누기 힘듦을 느낀 적도 꽤 여러 번 됩니다.

 

지진이 조금 심하게 올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거나 자리에 주저앉게 되지요. 뛴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진이 많다보니까 이에 대한 대비나 준비도 철저하고, 교육도 잘 되어 있는 나라가 또한 일본입니다. 제가 처음 랭귀지 스쿨에 들어갔을 때도 그곳 선생님들께서 몇 차례에 걸쳐 해 주신 말씀이 바로 '지진 발생 시 대처 요령'이었습니다.

 

「재빨리 가스를 잠그고, 방문 및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그리고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긴다. 지진이 멈추면 넓은 공터로 피신하는데, 만약 강진 등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어느 어느 지역에 있는 어느 공원으로 집결한다」

 

아마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이 가스를 잠그는 일인데 이는 지진으로 인한 1차 피해보다도 가스 누출 등에 의한 화재 피해가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1995년에 있었던 한신 · 고베 대지진으로 진도 7.2에 해당하는 강진이었는데다 지진 발생 시간이 마침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각 가정에서 가스를 사용하고 있던 터라 화재로 인한 피해를 엄청나게 키웠습니다.

 

다음으로 방문이나 현관문을 열어 놓는 이유는 자칫 지진으로 인해 문틀에 이상이 생기거나 문 쪽에 물건이 떨어져 문이 열리지 않아 탈출로가 막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고 나서 재빨리 책상 밑으로 숨으면 되는데요. 책상 밑으로 숨는 이유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건이 머리 위에 떨어져 머리 부상을 당할까봐서 그렇게 합니다.

 

어떤 분들은 재빨리 넓은 공터로 뛰어 나가야 한다고 하시는데 일견 맞는 말씀인 듯싶습니다만, 막상 당해보면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몸을 꼼짝할 수 없기 때문에 뛰어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우선은 흔들림이 진정될 때까지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리고 비상용 슬리퍼 하나 정도는 방안에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고 하는데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건물의 흔들림으로 인해 방바닥에 물건들이 떨어져 깨져 있는 경우 자칫 맨발로 뛰어 나가다가 발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꽂이에 작은 물건을 매달아 놓아 흔들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해 둠으로써 아주 미세한 지진조차도 직접 제 눈으로 확인 가능했구요. 또, 작은 가방 하나에 잘 입지 않는 두꺼운 체육복 한 벌을 넣어 항상 벽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비상시의 행동을 가끔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했지요.

 

큰 지진이 발생하고 잠시라도 진동이 잦아들면 지갑과 핸드폰 그리고 벽에 걸어 둔 가방을 둘러메고 계단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밖으로 뛰쳐나온다는 그림입니다. 언제 대형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을 저는 마련해 두었던 셈이지요.

 

우리나라에서야 그렇게 까지 준비해 둘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내 몸이 흔들린다는 것, 그것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엄청 기분 나쁘며 무서운 그런 일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