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0. 6. 19. 01:43

요즘 들어 부쩍 관심을 갖게 된 분야가 '고령화'와 관련된 문제들입니다. 제가 이처럼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한참 젊었을 때는 -물론 지금도 충분히 젊기는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라는 단어에 솔직히 별다른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좀 더 심하게 말씀드리자면 설마 그런 게 존재할까 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요. 어느 날 보다 구체적으로 나 자신의 노년이라는 문제를 잠깐 고민해 봤던 그 순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두통거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실감되더군요. 그렇잖습니까? 60이 되면 은퇴를 할 테고, 그렇게 일이 없는 상태로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덤으로 얻어진 그 긴 세월 무엇을 하며 보내야 좋을지 도통 감이 오질 않는 겁니다.


게다가 무얼 먹으며 살지, 만약 병이라도 난다면, 아니 육체는 멀쩡한데 정신이 혼미해지는 치매 같은 증세라도 나타난다면 도대체 무슨 즐거움으로 남은 인생을 살지, 또한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이 과연 행복하기는 할는지.... 아주 복잡합니다.


바로 이런 연유로 해서 고령이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요즘 이런 저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얼마 전, 일본 정치사의 큰 변화를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몇 십 년에 걸친 견고한 자민당 체제가 깨지고 야당인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일본의 2009년 8·31 중의원 선거,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난 바로 그 역사적 사건 말입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기도 했는데요. 이 게시판에도 그와 관련한 짧은 글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쩌면 이게 '실버(노년) 데모크라시'의 전형은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지금 일본 사회 역시 고령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장차 우리의 미래라고 말씀 하시는 전문가 분들도 많이 계시던데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의 영향을 받으며 태어난 단카이세대(団塊の世代)가 정년퇴직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회 문제로 까지 연결되는 양상입니다.


그런데 이 세대가 바로 그 치열했던 60년대 일본 학생운동(전공투)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세대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소 과장이나 억측이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 단카이세대의 은퇴가 일본 사회를 약간 진보(변화)의 축으로 기울게 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들이 직장이나 사업장에 몸담고 있을 때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경제적 논리에 입각해 자신들이 갖고 있던 진보적 가치를 억지로라도 외면하며 살았다가, 은퇴와 함께 다소나마 경제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다시 예전의 가치 중심적 사고로 옮겨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것입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선거 때마다 낮은 투표율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일본이나 우리나 심각하기는 매 한가지 입니다. 공식적으로 일본 공직선거 투표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게 제가 알기로는 1971년 있었던 참의원 선거로 59.24%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계속되는 투표율 저하는 일본 사회의 골칫거리였구요.


그런데 이런 낮은 투표율 하에서 단카이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함은 물론, 지지 정당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면 전체적인 선거 판도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할 정도의 힘이 되었겠지요. 이를 설득력 있게 증명하려면 투표에 참가한 인원 중, 연령대별로 지지 정당을 조사 · 발표해야 되나 이 글의 성격상 그 과정은 생략하고자 합니다.


대신 간단하게 도표 하나를 참고로 해서 말씀드리면, 아래 도표에서도 보시는 바와 같이 60대의 투표율이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84.15%로 총 투표율 69.28% 보다 무려 15% 가까이 높은 참여율입니다.


물론, 2009년 8·31 선거에서는 모든 연령층에서 전에 실시되었던 총선거 때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연령대별 투표성향이 어떠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불가사의란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 보여지는 지난 일본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외로 압승한 이면에는 60대의 압도적인 투표 참여 열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며, 서로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만약, 60대로 접어든 일본의 단카이세대가 은퇴와 함께 현실 정치의 변화에 나름 고민을 했다면 그들의 사고적 특성상 정권교체라는 지금과 같은 선거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데, 이를 장차 도래하게 될 실버 데모크라시의 전주곡 정도로 받아들여도 지나친 속단은 아닐겁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일본과 유사하게 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예견하는데 중요한 잣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일본의 단카이세대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 40대로 한국 사회의 중추적 위치에서 실무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386세대와 연관 지어 봤을 때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안겨 줍니다.


먹고사니즘에 빠져 악전고투하며 정치와 거리를 둔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는 이 땅의 40대(386)들이 20년 후에는 과연 어떠한 정치적 선택을 할런지, 오늘의 일본 속에 그 답이 있지는 않을까요?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