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0. 6. 19. 01:49

2002년의 설렘과 기쁨이 마치 엊그제의 일 같은데, 시간은 또 흐르고 흘러 드디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열전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2002년 당시만 해도 2006년 월드컵, 2010년 월드컵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더니 어느새 하나는 가고 또 하나의 시즌이 찾아 왔습니다.


군대 생활할 때
, 신병으로 막 자대 배치를 받아 가면 고참들이 으레 하는 얘기들 중에 하나가 "넌 언제 제대하냐? 그런데 그날이 오겠냐?"라는 농담이었는데 휴가 몇 번 다녀오고 나면 어느새 말년 병장이 되어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시쳇말로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달아 놔도 간다'라는 말이 생기게 된 것이겠지요? 역시, 월드컵 시계도 거꾸로 달아 놔도 가기는 가는 가 봅니다.^^


월드컵과 같이 국가 대항전 성격을 띈 지구촌 축제가 열릴 때면
, 외국에 나가 생활하고 있는 재외국민들이 제일 불쌍해 보입니다. 아마 그리스전이 열렸던 지난 토요일 그 시간에도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코리안들은 텔레비전 채널과 인터넷을 검색하며 한국 경기 중계해 주는 곳 찾느라고 혈안들이 되었을 겁니다. 안 봐도 그림이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 우리도 그렇듯이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 경기 위주로 중계방송을 해 주는 관계로 외국에서 한국 경기 보기가 정말 하늘에 별 따기 보다 어려운 경우가 허다 합니다.


저는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을 일본에서 봤는데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2002년 월드컵은 한·일 양국이 공동개최해서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 열기가 말로 다 못할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당시에 많은 재일코리안들이 신주쿠에 모여 집단 응원을 하곤 했지요
. 저는 아는 형님이 운영하던 우에노에 있는 큰 식당에서 한국인 · 재일교포 · 일본인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응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페인과의 8강전이 우리의 승리로 끝나자 승리의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우에노의 오카치마치 거리를 '대~한민국'을 외치며 몰려 다닐 때 함께 박수 쳐 주며 기뻐해 주던 일본인들도 참 많았습니다. 또 주변에서 장사하시던 한국인 사장님들은 맥주를 한 박스씩 내 놓으며 같이 기쁨을 나누던 기억 또한 새롭습니다.


진짜 당시만 해도 함께 모여서 보지 않으면 한국전 경기 보기가 쉽지 않던 그런 때 였습니다
. 일본 텔레비전에서 중계를 해 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주로 예선전이 그렇지요-에는 한국 방송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는 가정이 아니면 볼 수가 없었지요.


그때는 일본이 거의 모든 인터넷 회선을
ISDN으로 깔아 놓았던 상황이라 인터넷으로 중계를 볼 수는 있었지만 인프라가 따라 주지를 않아 버퍼링이 장난 아니게 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광랜으로 무장을 했지만 이제는 외국에서는 접근할 수 없게 인터넷 중계 자체를 차단해 놓아 안타깝게도 그 좋은 인프라를 써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


그렇게
2002년 월드컵은 해결을 했는데요. 그 외 월드컵과 올림픽,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 경기가 열릴 때면 불법이든 뭐든 어디 중계 방송 볼만한 곳 없나 이곳 저곳 인터넷을 들쑤시고 다니곤 했던 기억 역시 아련합니다.


지금 저희 부천 상동 와세다어학원에서 일본어 강사를 하고 계시는 우리 일본인 선생님들도 겉으로 내색들은 안 합니다만
, 아마도 카메룬과의 일전이 예정되어 있는 오늘 저녁 11시가 무지하게 기다려질 겁니다. 그 심정 왜 모르겠습니까?


그래도 다행스럽게 우리나라 방송에서
, 또 인터넷 포털에서 모든 게임을 다 중계 방송해 주는 관계로 비록 타국에서나마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를 2:0으로 이겼듯이, 일본은 카메룬을 2:1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요? 승자의 여유와 이웃 나라 국민으로서의 애정을 듬뿍 담아 "닛뽄 간바레(일본 힘내)!" ^^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