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0. 6. 23. 18:30

 

 어느날, Tokyo

 
시위대의 거리행진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21세기는 전쟁없는 시대로' 라는 피켓을 든 채 도쿄 시내를 거리행진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열리는 평화시위에 참석해 보면, 젊은이들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고 대부분이 백발의 어른신들 뿐입니다. 아마도 10년 뒤, 또는 20년 뒤의 우리 모습도 이와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 지기도 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말씀을 되새겨 봐야겠습니다.

한글도 보이고

요즘은 일본 사회도 특별한 이슈가 없어서 이런 평화시위 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당시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 유사법제 통과 등으로 전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 있던 상황이라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평화시위가 끊이지 않던 시기입니다. 그 시위대 중에 저처럼 재일코리안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글로 '유사법제를 발동하지 말라'라고 쓰여져 있는 피켓을 높이 들고 있군요.

우익단체시위

사실,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더라도 이런 모습 보기는 정말 쉽지 않은 그런 사진입니다. 아마 8월 15일, 일본의 패전기념일(우리의 광복절)에 야스쿠니 신사 근처에서 시위 중인 우익단체의 모습을 찍은 사진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면 저렇게 군인 복장을 한 우익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일장기를 들고 있기도 하고, 질서정연하게 행진을 하기도 하는데, 처음 본 제 소감은 왠지 섬득했다는...

황군창설?

저런 철없는 저들을 보면서 " 저렇게 군대를 좋아하는 애들, 우리나라 군대에 데려다가 한 6개월만 복무시키면 다시는 군복은 쳐다보지도 않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만, 저들은제대로 알고나 있을까요? 도대체 천황의 군대(황군)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천황의 안위를 보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숨져야 했으며, 무고한 시민들이 원자폭탄의 섬광 아래 한 줌의 재로 변해가야 했는지를 말입니다. 참 답답하지요?

우연히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을 훑어 보다가 위 사진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 채 한 참을 옛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아마 2002~2003년 사이에 찍었던 것들로 기억을 합니다. 당시, 일본의 한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이런 저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 많이 쫓아다니곤 했는데 그때 찍어 두었던 사진의 일부입니다.

제가 일본에서 공부할 때는 고이즈미 총리가 권력을 잡고 있을 때라 여러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였습니다. 특히, 앞서도 말씀드렸던 유사법제의 제정이라든가, 헌법개정을 위한 사회 분위기 조성, 자위대의 해외파병,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북핵 문제를 빌미로 한 북한때리기 등이 극에 달해 있던 때로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이변(?)은  꿈도 꿀 수 없었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현재 민주당 정권이 내홍 속에 악전고투하며 일본 사회의 변화를 모색해 나가고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칸 나오토(菅直人)가 정권을 잡고 신임 총리가 되었으니 이야기는 또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칸 나오토마저 실패한다면 일본 정치인 중에 그 누가 그 자리에 앉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만큼 칸 총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말씀이지요.^^ 문득 옛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봤습니다.

 Tokyo Story NO.1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