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0. 6. 20. 16:00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분 중에 한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자의 설거지와 관련한 글을 올려 놓으셨더군요. 그래서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방문에 대한 보답 겸, 동지감(?)으로 트랙백을 날립니다.^^

그런 것 같아요. 남자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아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정말 손에 물 하나 안 묻히고 살다가 결혼을 해야 비로소 부엌 싱크대와 친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나이가 이 만큼 들고 나니까 생각하는 건데요. 참 우리네 어머님들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렇지요? 지금이야 자식 하나 둘 두신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클 때는 거의 모든 집들이 4남매 · 5남매씩은 되었지요.

그 많은 자식들 하루 세끼 밥 해 먹이랴, 빨래 해 입히랴, 낭군님 모시랴 -특히, 우리 아버님 세대는 또 얼마나 권위적이었습니까? 말 대꾸 한 마디 제대로 못하시고 애오라지 남편만을 바라보며- 그 고생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효도해야 하는데, 에휴.

아무튼, 저도 제가 대학다닐 때 그리고 또 외국 나가서 오래 생활하면서 혼자 밥 해먹고 하면서 밥 하고 설겆이 하는 것에 대한 고통을 어렴풋이 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진짜로 하루 3끼 밥 해 먹고 산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아침 해 먹고 설거지 하고 나면, 점심 때는 왜 그렇게 또 빨리 찾아오는지, 게다가 저녁은 어떻게 하구요? 정말 먹고 돌아서면 다음 끼니는 뭘로 때울까 걱정이시라던 어머님의 말씀이 딱 가슴에 와 닿더군요. 그래서 저는 여자의 가사 노동이 남자의 사회 노동 못지 않게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혼자 생활할 때는 그렇게 잘 하다가도 어머님 사시는 집에만 가면 이게 또 잘 안됩니다. 그나마 결혼하고 난 후에는 고향 집에 가서도 가끔 한 번씩 설거지도 하고 합니다만, 결혼 전에는 고향 집에서는 거의 안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결혼을 좀 늦게 한 편인데요. 20대나 30대 초반 때, 당시에 결혼한 친구들 집들이나 그런 것 가서 가장 많이 놀라고 오는 게 정말 집안일 과는 담 쌓고 살 것 같던 친구들이 열심히 설거지 하고, 상 차리고, 접시 나르는 모습을 볼 때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게 우리네 사람 사는 모습이었던 거지요.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어서 저희 형제가 3남 2녀 입니다. 이제는 뭐 다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습니다만, 다들 미혼일 때는 아들들은 정말 손에 물 하나 안 묻히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둘째가 결혼을 했는데, 이 친구는 워낙 그런 것하고는 거리가 뭘고 또 제수씨도 별로 기대도 안하고 해서 아직도 설거지와는 거리가 뭔 생활을 하고 있고, 다음으로 장남인 제가 결혼을 하고 난 후 비로소 명절이나 큰 일 있을 때 설거지 하는 흉내 정도는 내고 있습니다. 아, 대신 저는 방 청소는 정말 열심히 합니다. 쓸고 닦고 하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3남인 우리 막네가 마지막으로 결혼을 했는데, 이 친구도 미혼일 때는 아예 숟가락 하나 들고 다니지 않더니 결혼 후 첫 명절에 와서는 아주 도맡아 놓고 설거지 담당을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우리집 설거지 담당이 됐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남자 중에 결혼해서 설거지 안하고 사는 사람 이제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가끔보면, 와이프가 전업주부인 경우는 예외가 한 둘 있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설거지 하는 것, 집안 청소 하는 것을 꺼리는 남자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정도로 가사 분담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바람이 있다면, "남자들이여!, 꼭 결혼하고 나서야 싱크대와 친해지지 말고 미혼으로 살 때 어머님을 도와 설거지 · 집안 청소 정도는 하면서 삽시다" 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점심(부추전에 막걸리 한 잔) 먹고 제가 해 놓은 설거지 샷 한 컷 올려 드립니다.ㅋ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