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정 보2010. 6. 18. 15:45

사실, 외국인으로 남의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풍습을 전부 이해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우선은 현지 주민들과 한 가정에서 생활하지 않는 한 속속들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제적·시간적 제약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정보에만 의존하다 보니 주로 텔레비전에 비치는 모습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 경험이 전부가 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의 설날 모습을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간단하게 그려보고자 한다. 앞서도 엄살 떨 듯 이야기 했듯이 간접경험에 기초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감정이입 된 공감대 비슷한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각 지역별로 지역적 특색과 차이도 있다고 한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연말연시가 되면 자주 들려오는 단어가 있다. '귀성'과 '귀경'이란 말이 그것이다. 대도시나 타지로 나가 있던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와서 함께 새해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각 가정의 대문에 걸려 있는 오카자리(お飾り)   



    위 사진에서 처럼 새해가 되기 4~5일 전부터 각 가정마다 대문에 오카자리(お飾り)라는 것을 걸어둔다고 한다. 이는 새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과 같이 여러가지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풀고사리는 장수를 의미한다고 하며, 굴거리나무는 후세까지의 복을 비는 것이고, 오렌지 즉 주황색은 집이 대대로 번영하도록 해 달라는 의미이며, 다시마는 기쁨을, 새우는 허리가 구부러지도록 산다는 것으로 장수를 바라는 것이라고 한다.


    ▲  카도마쯔(門松)의 모양도 다양하다 



    새해 전 날쯤이 되면 역시 대문 양쪽에 카도마쯔(門松)라는 것을 설치해 두는데 한자 의미 그대로 문에 두는 소나무 정도가 될 것이다. 카도마쯔 역시 종류가 다양해서 사진에서처럼 소나무 가지로만 된 것도 있고 화분모양으로 된 것도 있으며, 대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구성된 것도 있다. 소나무만 쓰다가 중세 이후에 대나무도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카도마쯔(門松)와 오카자리(お飾り)는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소나무의 푸르름과 대나무의 곧음은 집안의 무병장수, 대대손손 번영을 의미하기도 하고 신이 내려올 때 집 주위를 청결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불교의 영향이 깊음을 알 수 있다.



     

    메밀국수(年越しそば)를 먹으면서 격투기를 시청한다  



    새해 전날인 12월 31일은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앉아 메밀국수(토시코시소바, 年越しそば)를 먹으면서 새해를 맞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메밀국수를 먹게된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긴 메밀국수 가락처럼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의미도 있고, 쉽게 끊어지는 국수 가락처럼 지난 한 해의 액운을 모두 끊어 버리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온 가족이 오손도손 둘러 앉아 함께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때 가장 즐겨보는 유명한 프로그램이 NHK의 가요홍백전이라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가요청백전과 비슷한 쇼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하는 경쟁사의 격투기(프라이드) 프로그램에 많은 시청자를 빼앗겼고, 또한 NHK 내부의 불미스러운 추문 등으로 인해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다.


    ▲  오죠니(お雑煮) 



    ▲  오죠니(お雑煮) 셋트



    그리고 드디어 새해 아침이 되면 떡국을 먹게 되는데, 이들은 오죠니(お雑煮)라고 부른다. 물론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오사카나 교토 지방은 미소(된장)로 끓인다고도 하고 동경을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은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고 한다. 내가 먹어본 떡국 역시 사진에서와 같이 간장 국물에 모찌라는 직사각형 떡을 넣고 끓인 것이다.
     
    다들 자기 나라의 먹거리가 최고라고 하지 않는가? 참고로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태어나서 참 다행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그렇단다. 그래도 나는 역시 우리 떡국이 먹고 싶다. 얼큰한 김치만두와 함께 말이다.


    오세치(お節) 요리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설날 음식에 오세치(お節)라는 것이 있다. 설날에는 밥 대신 오세치를 먹는다. 찬합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먹을 때 마다 꺼내 먹는 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오세치 요리는 우엉, 새우, 다시마, 연근, 검은콩, 무 등을 조리한 것으로 맛은 약간 달착지근하다. 각 요리 재료마다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구멍이 송송 나 있는 연근은 지혜의 눈을 의미하고, 긴 수염이 달린 새우는 장수를 의미하며, 검은콩은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이고, 다시마는 일년 내내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앞서 이야기 했던 오카자리와도 비슷함을 알 수 있다.


    ▲  오죠니(お雑煮) 셋트와 토소(屠蘇)   



    오죠니와 오세치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불로장수를 기원하는 술 토소(屠蘇)라는 것이 있다. 온 가족이 아침 식사를 하면서 마시는 술로 악한 기운을 멀리하고 건강에 좋다고 하며 3번에 나누어 마시는데, 주로 니혼슈(日本酒)나 맥주를 마신다.


    ▲  오토시다마(お年玉)


     

    대략 20세 이하의 젊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처럼 오토시다마(お年玉)라는 세뱃돈을 받는다. 그냥 돈을 건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해서 하나 하나 봉투에 담아서 주며 봉투에는 연이나 매화가 그려져 있다.
     
    이렇게 아침식사를 끝내고 세뱃돈을 주고받은 다음에는 신사참배를 간다. 새해 첫 참배를 하쯔모우데(初詣)라고 하며, 그 인파도 엄청나서 동경 신주쿠 근처에 있는 유명한 신사인 메이지신궁(明治神宮) 같은 경우에는 매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290만 명 정도의 참배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설날의 주된 놀이로는 줄다리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동경 도심에서는 구경하기 힘들고 지방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