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0. 7. 16. 16:49

요즘은 정말 자전거 이용하시는 분들 엄청나게 많아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생들 통학용으로 주로 쓰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지요?


그런데 때로는 무분별한 자전거 이용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주의를 요합니다. 가끔 보면 자전거 동호인들이 줄지어 차도를 달리는 경우, 컴컴한 저녁 늦은 시간에 운전을 하고 가다가 전조등 하나 없이 차도를 씩씩하게 달리고 있는 자전거와 마주치는 경우, 혹은 무단 횡단하는 자전거와 만나는 경우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키 어렵습니다.


한번은 편도 3차선 고가도로를 2차선으로 내려가서는 3차선으로 옮기려는 순간 앞에 자전거 한 대가 달리고 있어 기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경기용 자전거라 속도를 내 본다고 그랬는지 그 자전거도 2차선으로 달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제 앞에 차가 없다는 이유로 전방 주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운전을 했던 제 잘못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어두운 밤에 자전거가 2차선을 달리는 것은 위험 그 자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한 10년 전쯤이지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던 무렵에 당시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던 유학생들에 의해 일본 소식 또한 홍수처럼 넘쳐나기 시작했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당시에 가장 신선한 화젯거리였던 게 일본에는 자전거도 번호가 있다는 이야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동차 번호판처럼 제대로 만들어진 번호판이 아닌 스티커 형식의 번호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자전거마다 일련번호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처음 구입하면 대개가 구입한 자전거 대리점 또는 자전거 수리점에서 자전거를 관청에 등록하게 됩니다.


이처럼 자전거를 등록하는데는 500엔 정도의 수수료(등록대행료)가 드는데, 자전거 구입처에서 간단한 신상명세를 적은 후, 등록증을 받고 일련번호가 적힌 황색스티커를 자전거에 붙이는 게 다입니다. 스티커에는 일련번호와 해당 경찰서 또는 지역명이 기재되는 방식입니다. 해당 관청에 신고는 자전거 대리점에서 일괄적으로 대행해 주기 때문에 그다지 불편하다거나 복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강동완닷컴

이렇게 자전거를 등록하도록 하는 이유는 첫째, 자전거 분실 시에 다시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의 자전거를 훔쳐 타다가는 불심 검문에 걸려 범죄자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일본은 그야말로 자전거 천국이기 때문에 어딜가나 자전거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특히, 상가 밀집지역이나 전철역 주변은 주차 포화 상태입니다. 주로 역 주변에는 자전거 전용 주차시설이 되어 있지만 무료가 아닌 유료인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불법 주차나 야외 주차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견인해 가듯이 자전거도 트럭에 실어 견인해 갑니다. 그렇게 견인되어진 자전거는 등록 스티커를 통해 주인 거주지가 파악이 되게 되고, 해당 거주지로 자전거를 찾아가라는 통지문이 날라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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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약 2000엔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분들은 그냥 버리고 말기도 합니다. 일본의 자전거 가격도 우리와 비슷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10만원~20만 원 정도 주면 괜찮은 새 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중고 자전거인 경우에는 자전거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합니다만, 쓸만한 중고 자전거가 약 5천에 안팎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처럼 5천엔 주고 사서 적당히 타던 중고 자전거를 비싼 교통비를 들여서 찾으러 가서는 2000엔의 벌금까지 물고 찾아오느니 차라리 버리고 다시 중고로 사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겁니다.


팁으로 하나 말씀드리면, 만약 일본으로 워킹을 가시든 아니면 유학을 가시든 장기적으로 체류를 할 예정이라면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이 자전거를 구입하는 일 일겁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자전거 없이는 여러가지로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전철역까지 이동을 하거나, 가끔 장을 보러 가야 하는데 집 주변에 있는 소형 마트들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좀 규모가 있는 저렴한 마트를 찾아가게 되는데요 이때 자전거가 유용한 이동수단이 됩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자전거를 구입하실 경우에는 가능하면 새 자전거를 구입하지 마시고 중고로 사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일본에 도착해서 시작하게 되는 주거 공간-기숙사나 원룸 등-이  장기간의 생활 공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또는 룸메이트와의 트러블 때문에, 또는 가격은 더 저렴하면서 시설은 더 깨끗한 주거공간을 소개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 시작했던 곳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이사를 가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럴 경우가 발생했을 때, 자칫 자전거를 갖고 가지 못하는 사정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에게 팔기도 만만치 않고, 일본은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자전거 등록제라는 게 있기 때문에 남에게 그냥 주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기숙사 등에 그냥 방치해 두고 가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에 처음부터 새 자전거를 사는 것은 별로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자전거를 타실 경우 저녁에는 반드시 전조등을 밝히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의 불심 검문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불심 검문에 걸리면 우선 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할 것이며, 등록증을 휴대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자전거가 본인의 것인지를 증명할 수 있도록 신상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경찰관은 무전기로 조회까지 합니다.


일본은 경찰관들이 자전거를 타고 2인 1조로 순찰을 많이 돕니다. 그러다가 밤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만나면 전조등을 켜고 타시라고 권고하거나 하는데, 만약 외국인(특히 동양인)으로 보일 때는 99% 검문을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대부분이 건전지를 넣는 전조등 대신, 옛날에 우리도 썼던 바퀴의 회전으로 발전을 해서 불을 밝히는 그런 전조등을 많이 사용합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막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같은 기숙사에 사는 후배 녀석이 아무것도 모르고 같은 기숙사 친구의 자전거를 빌려 타고 놀러를 갔다가 검문을 받게 됐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일본어도 거의 모르는 상태로 일본에 왔기 때문에 도저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까 경찰관들이 이 녀석을 파출소로 끌고 가더랍니다.


파출소 안에서 경찰관들이 질문을 하는데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딱 두 마디를 했다고 하더군요. "잉글리쉬 노, 자패니즈 노" 그랬더니 경찰관이 한 쪽 벽면을 가리키면서 뭐라고 하길래 "아, 저기 가서 손들고 서 있으라는 이야기이구나" 하고는 그리로 가서 손들고 서 있는데 퍼뜩 기숙사 관리인(한국인)이 생각이 나더랍니다. 그래서 "폰, 폰, 폰" 하고 외쳤더니 경찰관 하나가 전화기를 건네주어 기숙사로 전화를 해서 관리인을 바꾸어 주고 그 관리인이 파출소까지 데리러 와서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는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나라 역시 자전거 등록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전거 전조등은 반드시 부착하고 저녁에는 의무적으로 점등토록 하는 방안을 의무화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부주의가 본인의 생명은 물론 애꿎은 사람까지 범법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