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0. 8. 9. 16:05

평일 점심시간에는 점심 먹기 전에 꼭 운동을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딱히 운동할 시간을 갖기 어려워 부득이 점심시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주말마다 조기 축구를 하기도 했는데, 제 나이(?)에 맞지 않게 좀 격하기도 하고 - 솔직히 부상의 위험이 많습니다 - 무엇보다도 운동 끝난 후에 막걸리를 한 잔씩 하곤 하다보니까 삐리리 해서 집에 돌아오면 한 잠 때려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그냥 가 버리더군요.


솔직히 저에게는 아주 할 일 많은 소중한 주말인데 말이지요.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평일에는 개인시간 갖기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조기 축구는 그만두고 점심 시간에 하는 운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예외 없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을 하니 1층 현관이 시끌벅적하더군요.


제가 운동을 하는 건물은 8층짜리인데, 그 건물 3 · 4층에 노인요양센터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요양센터에 계시는 듯 한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과 식구들로 보이는 대여섯 분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태우려는 손자와 타지 않으려고 하시는 할머니간의 실랑이였던 겁니다. 건물 입구에는 따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 한 분이 눈물이 그렁한 모습으로 웃으시며 보고 계시구요.


순간, 분위기 파악이 되면서 제 가슴도 싸~ 해지더군요. 그래서 잠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 할머니는 그 건물 요양원에 계시는 분인데 가족들이 면회를 온 겁니다. 그래서 모처럼 온 가족이 밖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이제 헤어지려고 할머니를 다시 그 요양원으로 모셔다 드리려는 것인데, 할머님께서는 가족들과 같이 가시겠다며 엘리베이터 타기를 거부하고 계셨던 것이지요.


에휴, 누군들 이런 상황에서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지 않겠습니까?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뒤 돌아 오는데 옛날에 본 어느 신문기사가 떠오르더군요.


요양원이나 노인홈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고령자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는데요. 대부분의 고령자분들이 집에 가고 싶다는 것과, 죽을 때는 집에서 죽고 싶다는 대답들을 하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은 고령자분들의 최고의 희망 사항일 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경우 치료 효과 역시 노인홈에 계실 때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 생활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되어 치료 효과가 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노인홈의 시스템이 출 · 퇴근식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아침에 노인홈에서 고령자분을 모시고 가서, 저녁 시간 때쯤에 다시 집에 모셔다 드리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족들의 수발 부담을 덜어 줌은 물론 고령자분께서 가족과 한 공간에서 잠자리에 드시게 하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어느 글에선가 말씀드린 기억이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령화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에 가면 폐교가 된 초등학교들이 많이 있잖습니까? 물론,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폐교들을 노인홈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단순하게 폐교만을 이용한 노인홈이 아니라, 노인홈을 이용하게 될 고령자분들의 연령대까지 고려해서 그 주변을 실버타운으로 조성하는 방안입니다.


일반적으로 노인홈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게 되는 경우가 80세 이후 정도로 봤을 때, 그 자식들의 연령 역시 60대 전후로 막 은퇴를 해야 할 나이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전원 생활에 대한 욕구도 나름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폐교를 노인홈으로 만듦과 동시에 그 주변을 전원 생활이 가능한 실버 타운으로 꾸미는 겁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 드렸던 출 · 퇴근 개념을 도입해서 고령자분들이 낮 시간대에는 노인홈에서 생활하시게 하고 저녁에는 다시 가정으로 모셔다 드리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전원 속에서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한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실버타운의 장점은 주변이 자연 친화적이라는 점과 노인홈을 가운데 두고 일반 가정집들이 빙 둘러 싸 있어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노인분들(예를 들어 치매 환자 등)도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그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주민들 서로가 노인홈에 계시는 고령자분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상을 발견하는 즉시 노인홈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어 고령자분들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추진해 보시기 바랍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는 앞으로 한 10년쯤 후 정도가 적기가 아닐까 생각은 합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