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0. 7. 18. 18:25

오늘 뉴스를 보다가 생각난 김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한 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금연구역이 확대 지정될 것이며, 시민 10명 중 6~7명은 거리와 횡단보도도 금연구역으로 설치하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한 어느 일본인과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갖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어서 그 뉴스를 관심있게 봤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저는 금연을 시작한지 6년 가까이 지났고, 아직까지 금연을 결심한 이후 한 모금의 담배도 피운 적이 없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자 합니다. 금연과 관련한 제 글은 "
담배이야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맞습니다. 저 역시 길거리에서 걸어가면서 담배 피우 것은 좀 자제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특히, 맞바람을 받으면서 걸어가고 있을 때 앞에서 담배피우는 사람이 가고 있는 경우 담배 연기와 담배 재로 인해 상당히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게 싫다고 길거리에서는 무조건 금연하기를 강요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구요? 자,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한 번 살펴봅시다. 금연을 법으로 정해 놓은 빌딩 중에 제대로 된 흡연시설을 단 하나라도 설치해 놓은 곳이 과연 몇 군데나 될까요? 그저 금연만을 강조할 뿐이지 흡연할 수 있는 권리를 어디서도 보장해 주고 있지 않는 것이 우리의 암담한 현실입니다.


만약, 빌딩 전체를 금연 빌딩으로 지정하려면 적어도 한 층에 한 개 정도의 금연 시설 설치를 법으로 강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또한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려면 거리 곳곳에 흡연할 수 있는 시설을 의무적으로 만들어 놓아야 함이 당연한 관청의 정책이 아닐런지요?


그러한 시설 설치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금연하기만을 강조하는 것은 흡연자의 흡연 권리에 대한 심각한 권리 침해라는 생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그 일본분 역시도 그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요. 서울 청계 광장 쪽에서 약속이 있어 갔는데, 작은 공원에 예닐곱 명 정도의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근래 들어 빌딩에서 금연을 하는 곳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생각했다는 말씀과 함께 흡연자가 뭔 잘못이 있어 이 더운 여름날에 바깥에 모여서서 담배를 피워야만 하느냐고 한탄을 하시더군요.


저 역시 그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일본의 경우 금연으로 지정된 빌딩의 경우에 물론 면적의 크기에 다소 영향을 받기는 합니다만, 어느 정도 규모의 빌딩이라면 한 층에  한 개의 금연실이 대부분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전자상가가 밀집해 있어 우리에게도 유명한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의 경우에도 거리에서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는 '금연거리'이기는 합니다만, 대부분의 빌딩 내를 포함한 건물 입구에 흡연공간이 설치되어 있어 흡연이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리 몇 곳에 흡연이 가능한 흡연휴게실을 설치해 놓고 그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판기를 비치해 놓아 흡연과 함께 휴게 공간으로서도 부족함이 없도록 해 놓고 있습니다.


특히, 빌딩이나 거리에 있는 흡연실 역시 우리처럼 천정이나 벽 상단에 환풍기를 달아 흡연자의 담배 연기가 실내 전체로 퍼져나가게 하는 형태가 아니라, 4~5명이 함께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사람 가슴 높이의 대형 재떨이를 실내 몇 군데에 놓아두고 그 대형 재떨이가 담배 연기를 빨아드리는 환풍기의 역할도 대신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담배 연기가 실내 전체로 퍼져 흡연실이 자욱한 담배 연기로 오염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방지해 주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시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그런 시설을 처음 접한 것이 2002년도였으니까 역시 선진국다운 발상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한국에서도 이런 흡연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아짐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금연을 강요와 제재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려 하지 말고, 금연과 흡연을 함께 놓고 고민을 해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금연 정책이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무조건적으로 담배 피우는 사람의 권리만을 강제하려 하지 말고, 흡연과 금연이라는 동등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 주기를 촉구합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