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0. 8. 7. 11:07

요 며칠, 장수 국가이자 사회복지 선진 국가라는 일본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일본을 비난하는 글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 100세 이상 고령자 통계에 잡혀 있는가 하면, 행방을 알 수 없는 100세 노인 분들도 꽤나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타고 소개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 사회의 고령화 모습이 15~20년 후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라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많은 분들이 다들 한 마디씩 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인 복지 선진국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100세 이상 되신 고령자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꿰뚫어 파악하고 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아 놓은 재산이 많이 있는 분들이야 시설 좋은 요양원에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딱히 의지할 곳 없이 이 자식 저 자식을 찾아다니며 눈치 밥으로 힘겨운 하루 하루를 살고 계실 게 뻔한 상황에서 이분들의 행방을 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뭐, 이것 저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단순하게 봐도 100세가 되신 어르신의 아들과 딸들이 이미 80세 가까운 고령자가 되셨을 것이라는 계산 앞에, 이 문제와 관련한 뾰족한 해법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입니다.


80세 된 자식이 100세 되신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데, 자식에게 그럴 기력은 커녕 자신 한 몸 돌보며 살아가기도 힘겨울 것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80세 이상 되신 고령자분들은 대다수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대소변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 있어 80세가 된 자식이 더 연세가 많은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게다가 이미 100세 되신 어르신의 손자 · 손녀가 내일 모레가 환갑이실테니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글쎄요. 정부에서 80세 이상 되신 어르신들께 '요양 지원금'이라도 빵빵하게 드린다면 혹시 또 모를까 그렇지 않고 순수하게 개인(가족)이 부양의 대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 분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서 책임자들만 나무랄 수도 없는 문제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문제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정부와 국민 모두의 잘못이라는 반성과 함께 80세 이상 후기 고령자들을 위한 복지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논의하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에 다들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미 드러난 고령자 어르신들에 대한 신상파악이나 거주지 확인에 대한 미비점 파악은 물론 고령자분들의 생계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지원책들을 보완 · 대체할 보다 구체적인 정책들이 만들어 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우리 역시 이 문제를 남의 나라 불구경 하듯 할 게 아니라 이미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각오로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를 해 나가야 10여년 뒤에 지금의 일본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다가올 초고령 사회에서 가족들의 힘만으로 80세 이상 되신 어르신들을 부양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