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1. 3. 20. 14:34

위험천만하게만 보이던 일본 원전 사태도 뭔가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이 보이고, 피해지 이곳저곳에서 복구를 위한 노력도 시작이 된 것 같습니다.


너무도 엄청난 피해였기에 단기간에 후유증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부디 더 이상의 큰 피해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요즘, 우리 언론에서도 일본 지진관련 뉴스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일각에서는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 돕기 성금 모금액이 100억을 넘어 섰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물론, 대형 자연재해의 피해를 입은 주변국을 돕겠다고 하는 순수한 마음조차 의심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나친 선정적 관심은 좀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 역시 크다는 사실만은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결국은 언론의 과열된 보도 경쟁이 이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 왔다는 점에서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방송들은 일본 방송을 많이 따라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프로그램 비슷하게 만들기로 볼 수 있겠는데요. 성공한 프로그램을 비슷하게 베낌으로 인해 큰 노력 없이 시청률을 확보하고자 하는 일종의 표절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방송의 사회적 기능조차도 아무런 고민 없이 그대로 따라가려 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려 단지 시청률에 연연한 재미있는 방송 만들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을 다녀오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일본 방송의 유치한 몸 개그에 관한 비판들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여성 성(性)의 상품화를 들 수 있습니다. 연예인 몇 명이 나와서 말장난 하는 프로그램에 방청객으로 참가한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눈요깃거리로 앉아 있다든가, 동료 연예인 뒤통수 때리기나 이지메(따돌림) 시키기 등이 아마도 대표적인 예가 될 겁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방송이 그와 비슷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뉴스 진행 역시 연출 효과로 이슈화 하려는 움직임을 볼 때면 할 말을 잃곤 합니다. 뭐, 민영방송들이 그런다면 그나마 어떻게 이해를 해 보겠습니다만 공영방송까지 이러한 시청률 경쟁에 휘말린 채 재미있는 방송, 방송의 show화에 매몰되어 버린다면 이는 국가 전체로 볼 때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의 방송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재미 위주의 방송을 만드는 한 편에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NHK라는 거목이 있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역설적으로 공영방송으로서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고 있는 NHK라는 방송이 있기에 민영방송들이 마음껏 재미위주의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NHK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회사 경영이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거나, 기자 개개인의 능력이나 불미스러운 행동과 관련한 비판들이기는 합니다만, 이번 지진 참사에서도 보신 바와 같이 차분하면서도 사실에 입각한 보도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이라는데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우리 '공영방송의 현실'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론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놓겠습니다.



일본은 왜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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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