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1. 3. 22. 18:02

사실은 앞선 글에 이어지는 글로 쭉 쓸 계획이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2개로 나누어서 쓰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은 앞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나간 역사를 통해서 봐도 그렇고, 현재의 양국 국민감정을 보더라도 우리와 일본은 참으로 질긴 인연 같은 것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 참사 이후 한국에서 불고 있는 일본 돕기 운동 등을 보면서 우리국민들이 갖고 있는 일본에 대한 관심의 일단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편이 싸 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관심의 폭이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일본을 향해 심한 욕을 하고, 지나간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 하나 없는 저들에게 버럭 화를 내곤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저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 하고팠던 우리의 뜨거운 열망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저들에게 분노의 형태로 표출되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서상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일본 역사교과서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불편해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로 예정되어 있는 교과서 검정 · 채택 문제 때문인데요. 왜곡과 날조로 문제가 된 그 역사 교과서를 그대로 검정 통과시키고 각 학교에서 채택토록 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침략은 진출로 바꾸고, 위안부와 난징학살은 자학의 역사관에 입각해 기술한 것으로 판단됨으로 내용 자체를 삭제하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고, 이렇듯 역사를 어린아이 말장난하듯 휘갈겨 놓은 종이 묶음을 교과서로 인정하겠다는 게 저들의 생각입니다.


이번 교과서 문제를 접한 많은 분들이 일본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습니다. 일본 지진 참사에 우리가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있으며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는데 그런 망동을 저지르냐는 심정 때문일 겁니다.


사실, 우리는 처음부터 번지수를 잘 못 찾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적 · 도의적으로 이웃 나라가 겪고 있는 엄청난 고통 앞에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치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산적한 과제들은 다 미뤄둔 채 일본 소식에만 목매고 있는 게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또 언제 어떻게 될지 아니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힐지 알 수 없는 원전 사고의 현재 상황 전하기에만 급급한 채 일본 정부는 왜 좀 더 일찍 확실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피해를 이렇게까지 키웠으며, 그 많은 폐연료봉과 플루토늄은 대체 어디다 쓰려고 고이고이 그곳에 보관하고 있었는지.... 아쉽게도 이런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 정부와 관계자들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따지지도 묻지도 않은 채 온통 저들의 고통과 우리가 만들어 내는 감동의 우호 드라마 찍기에만 푹 빠져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만 합니다.


이제라도 다시 신발 끈 동여매고 제대로 번지수를 찾아 떠났으면 합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