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일 상2010. 6. 18. 15:47

일본으로 공부를 하러 온 이후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지금까지 생활 가능했던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지 싶다. 물론, 경기 침체로 인한 장학금의 감소, 아르바이트 임금 삭감 등을 모두 계산에 넣는다면 꼭 그렇게 다행스러웠다고만 할 수도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장학금이라는 불확실한 요소 보다는 생계 유지비라고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의 지출 감소는 확실히 눈에 보이는 혜택(?) 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물가 또한 슬슬 오르려는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힘겨워질 것만 같다. 글쎄, 고이즈미 정권 4년이 남겨 놓은 결과가 차츰 현실화 되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몇일 전 신문에 규동(牛丼, 쇠고기덮밥)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규동은 그야말로 없는 사람들의 먹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돈 없는 서민들의  한끼 식사용 요기거리 였다. 250엔~300엔 정도로 정말 부담 없는 가격에 맛도 꽤나 괜찮았으니까. 게다가 햄버거 가격까지.
 
한편으로 이러한 물가 하락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7년 연속으로 샐러리맨들의 연봉이 감소 - 소득세액은 3.6%가 증가 - 하고 있다는 국세청의 조사 보고서이다. 중·고 소득층이 줄어들고, 연 300만엔 이하 저 소득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으로 양극화의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 직장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아르바이트 시급 역시 계속 떨어져서 한때는 시간당 1000엔을 넘기도 하던 것이 이제는 800엔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에는 프리타라고 하는 부류가 아주 많은 사회다. 쉽게 설명하자면 특별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이들의 수입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라는 이유를 명분으로 삭감된 임금은 언제 제자리를 찾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물가는 벌써부터 들먹거리기 시작하니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수 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라 하겠다. 결국 이렇게 간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 사회 역시 양극화 현상은 한층 심각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회원국 중에 일본의 빈곤율이 5위라는 발표가 있었다. 일본이 빈곤율 5위라는 사실에 의아해 하거나 설마하며 웃어 넘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빈곤율은 절대 빈곤을 의미하는 수치가 아니다. 국민 평균 수입의 절반 밖에 수입이 안 되는 사람들의 비율을 빈곤율로 계산한다니까 그런 순위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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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빈곤율이 근년 들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10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어나서, 8.4%에서 15.3%가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에 1원 한푼도 저축액이 없는 세대가 10년 새 3배나 늘었다고 한다. 10년 전에 8.8%였는데 지금은 22.1%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채에 허덕여도 국민만은 부자라는 소리가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듯 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저소득층의 증가와 더불어 특정한 계층의 저소득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프리타로 대변되는 젊은층과 직장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의 저소득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의 미래를 놓고 보더라도 자칫 사회문제화 될 소지가 크다. 그렇다면 이렇듯 反서민적 양극화를 부추키는 주범은 누구인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저널리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고이즈미 구조개혁의 실체는 능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잘 살아라 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이들(알아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전폭적으로 고이즈미식 구조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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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