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1. 6. 6. 12:28

요즘, 대학 등록금 반값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이전에 불거졌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제라도 공개적인 논의의 장으로 나오게 되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공간에서 많은 목소리가 들려오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느꼈던 게 "이미 대출 받아 쓴 빚이 2천만 원이에요" "저는 3천만 원이에요"하는 젊은 대학생들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였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그렇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빚쟁이로 시작해야 하는 저 젊은이들에게 '미래'라는 단어 '희망'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를 말입니다. 이건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가와 기성세대가 나서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부모님의 헌신과 희생으로 별 고생 없이 대학공부까지 무사히 마쳤던 수많은 이 땅의 기성세대들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만 합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반값 등록금의 실현은 물론이요, 국립대학 무상화, 더 나아가 모든 대학교육의 무상화까지도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식을 독립시켜 자신이 알아서 살아가도록 하는 삶의 방식에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여유로워서가 아니라 적어도 대학 졸업까지는 돈 버는 것 이외에 더 경험해 봐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학과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다섯 수레분의 책을 마음껏 읽어보기 위해서라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다녀보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국가와 사회 · 삶과 인생 · 사랑과 우정 · 술과 낭만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찐하게 해보기에도 4년이란 시간은 결코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생활하기 위한 돈까지 벌어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이는 이미 대학 밖의 현실을 대학 안으로 끌어드리는 행위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돈 버는 일, 그것은 대학 졸업 후에 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보면, 젊은 대학생으로서 해 봐야 하는 수없이 많은 것들 중에 오로지 돈 버는 일에만 전력할 것을 요구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비싼 등록금에 사회 전체가 물질만능주의에 흠뻑 젖어있다 보니 사회고 대학이고 오직 돈에만 목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은 이미 취업 준비소로 전락되어 공무원과 고시 준비생으로 넘쳐나고 있고,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은 다단계 판매와 아르바이트라는 돈 벌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조차도 되지 못하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정녕, 이게 정상적인 대학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대학을 대학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됩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7년~현재/시 사2011. 6. 2. 15:28

학력인플레, 고학력사회, 석·박사 100만 명 시대, 요즘 들어 눈에 자주 띄는 말들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79%(2010년 기준)나 된다고 합니다.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 61%로 좀 떨어지기는 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중간에 그만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도 OECD 국가들을 상대로 비교해 보면 12위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이 56%라고 하니까, 먹고 살만한 다른 나라 즉, 선진국 국민들과 비슷한 정도로 우리도 대학에 진학을 했구나 라고 생각하면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시점에서 고학력이 문제시되고 있는 걸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실업률과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못하는 시대, 대부분의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사원으로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로 살아야 하는 시대, 그렇다보니 그 원인을 찾는 과정 중에 이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이나 잘못 찾은 결과로 보입니다. 물론, 많이 배워서 일이 성에 차지 않아 실업자로 살아가는 그런 분들도 일부 있을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이유가 다들 많이 배우고 눈이 높아져서 취업을 못한다로 귀결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설령, 그런 분들이 있다고 칩시다. 그러나 그분들은 많이 배우지 않았더라도 취업해서 먹고 사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래서 이건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을 일컬어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근로의욕이 없는 이런 청년 니트족이 우리나라에도 100만 명이 넘는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제외한 실업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주 왜곡되고 편향된 위험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못지않게 국가와 기업의 노력 역시 중요시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능하다면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대졸자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교육을 희망하는 모든 국민이 경험해 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다면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교육의 중심이 암기와 정답 찾기에만 매몰되어 있는 그릇된 교육 풍토 하에서는 더더욱 모든 국민의 대학 진학을, 대학 교육의 무상화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지라,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단순 암기가 아닌 사고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만큼이라도 인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대학이 준 산물로 저는 받아드립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친김에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고, 대학만 졸업한 친구들보다 6~7년 더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원가서 석·박사 받고 그것으로 무엇을 해 보겠다는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냥 더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배움에 대한 욕망이 강했습니다. 물론, 약간의 판단 착오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분들은 대학원 진학을 단지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개인 스펙 정도로,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몰아붙이는지 그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목적으로 진학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만나본 바에 의하면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정말 학문 연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몰두하는 그런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저처럼 그냥 공부가 더 해 보고 싶어서, 그것을 지금 아니면 평생 하지 못할 것 같아서 하시는 분들도 꽤나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석사 받고 박사 받아서 빵집을 하면 어떻고, 농사를 지으면 어떻고, 또 저처럼 어학원 원장을 하면 어떻습니까? 석사와 박사는 모두 기업체 연구직에, 대학 강단에만 서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그렇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기는 편견을 버려야 이 문제는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직업상 만나는 많은 젊은 친구들에게 대학진학과 대학원, 더 나아가 유학까지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저의 돈벌이와는 관계가 없으니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건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젊은 후배들에게 드릴 수 있는 제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저의 그 생활(대학과 유학)은 제 자신에게 있어 참 다행스러운 그런 일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학력 사회를 문제시 하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에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언제든 "배울 수만 있다면 마음껏 배우십시오. 해외로 나갈 수만 있다면 나가서 생활해 보십시오. 그것도 다 때가 있습니다. 때를 놓치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해도 두 번 다시 해볼 수 없는 경험 중의 하나가 바로 공부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가지 않은 그 길이 또 다른 길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